윤석열 검찰총장이 14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구내식당으로 이동하고 있다. 윤 총장은 이날 주요 사건 수사를 단계별로 법무부 장관에게 사전 보고하도록 한 법무부의 검찰사무보고규칙 개정안에 격앙된 태도를 보이면서 엄정한 대응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시스

윤석열 검찰총장과 대검찰청 간부들은 14일 대학수학능력시험으로 인해 평소보다 늦게 출근했고, 오전 10시30분쯤 오전 간부회의를 했다. 회의에서는 “검찰총장이 진행 중인 중요 사건 수사와 관련해 수사 단계별로 장관에게 사전 보고하라”는 내용으로 지난 12일 법무부가 통보한 검찰사무보고규칙 개정안이 주제로 올랐다. 법무부는 지난 13일 “기존에 있던 규칙을 구체화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대검 간부들의 표정은 심각했다.

윤 총장은 회의에서 참모들을 향해 “법무부의 추진 방안은 검찰청법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며 “엄정하게 대응하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의 한 간부는 “법무부가 구체적 사건에 개입하는 계기가 될 뿐 아니라 그러한 보고 지시 자체가 지휘 감독에 해당한다는 의미였다”고 윤 총장의 발언을 설명했다. 검찰청법은 검찰 수사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법무부 장관이 구체적 사건에 대해 검찰총장만을 지휘 감독할 수 있게 하고 있다. 검찰사무보고규칙은 법무부령으로서 검찰청법의 하위 규정이다.

윤 총장은 법무부가 검찰총장의 사전 보고를 전제로 검찰사무보고규칙 개정을 시도하는 데 대해 상당히 격앙된 태도였다고 한다. 검찰이 그간 권력형 비리 수사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온 것 중 하나는 수사의 밀행성, 독립성이었다.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의 경우 지난 8월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고형곤)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 측 압수수색에 대해 “사후에 알게 됐다. (사전에) 보고했어야 했다”고 말했는데, 이때 검찰은 크게 반발했었다.

윤 총장은 법무부가 일방적으로 통보한 검찰 직접수사 부서 41곳 폐지 방안을 놓고도 큰 우려를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가적 범죄 대응 역량이 약화될 수 있다는 걱정이었다. 대검 한 간부는 “그간 검찰은 전문검사들을 육성하며 범죄에 대응하는 전문성을 어렵게 쌓아 왔다”며 “이번에 완전히 허물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에 대한 깊은 고민이 없는 사람이 만든 것”이라는 날 선 반응도 나왔다.

대검 간부들뿐 아니라 일선 청의 검사들도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를 통해 법무부의 일방적 개혁안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이성범 서울동부지검 부부장검사는 “검찰 개혁의 목표가 무엇인지 모르겠다”며 “전문 부서 폐지가 어떤 의사결정 과정을 거쳤는지 모르겠지만, 단순히 직접수사 축소라는 명분으로 일괄 폐지하겠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다.

박철완 부산고검 검사는 법무부의 추진 방안을 요약한 글을 올린 뒤 “전반적 기조는 법무부에 의한 검찰 장악”이라며 “기대한 방향의 검찰 독립과는 많이 다르다. 일선의 업무수행 현실과 동떨어졌다”고 지적했다. 대검 관계자는 “검찰청법 배치 문제와 검찰 기능의 문제”라며 “법무부의 협의 요청이 오면 ‘수용할 수 없다’는 의견을 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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