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최종학 선임기자

조국(사진) 전 법무부 장관이 14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했지만 8시간 조사를 받는 동안 계속 진술을 거부하다 귀가했다. 조 전 장관 소환은 그의 자녀 입시비리, 사모펀드 직접투자, 웅동학원 배임 등 광범위한 의혹 규명을 목표로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지 79일 만이다. 조 전 장관은 아내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더블유에프엠(WFM) 차명 주식 취득 당시 수천만원을 송금한 사실, 자녀의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활동 증명서를 허위 작성한 의혹 등에 대해 아무런 해명을 내놓지 않았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고형곤)는 이날 조 전 장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비공개 소환, 오전 9시35분부터 오후 5시30분쯤까지 조사했지만 아무런 답변을 듣지 못했다. 조 전 장관은 질문만 있는 조서 열람을 마친 뒤 오후 5시35분쯤 검찰청을 빠져나갔다.

조 전 장관은 귀가 직후 변호인을 통해 “일일이 답변하고 해명하는 것이 구차하고 불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오랜 기간 수사를 해 왔으니 수사팀이 기소 여부를 결정하면 법정에서 시시비비를 가리겠다”고 밝혔다. 그는 “아내의 공소장과 언론 등에서 저와 관련해 거론하는 혐의 전체가 사실과 다른 것”이라며 “분명히 부인하는 입장임을 여러 차례 밝혀 왔다”고 덧붙였다.

검찰 관계자는 “조 전 장관이 처음부터 진술거부권을 행사했다”며 “추가 소환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을 상대로 그가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재직하던 당시 배우자가 차명으로 취득한 주식을 공직자 재산으로 등록하지 않은 경위, 공직자윤리법상 금지된 사실상의 직접투자를 행한 경위 등을 추궁하려는 계획이었다. 검찰은 수백쪽 분량의 질문을 준비했지만 답변을 얻지 못했다.

앞서 조 전 장관은 서울 모처에서 변호인 차량에 올라 오전 9시25분쯤 서울중앙지검 청사로 들어왔다. 조 전 장관은 1층 현관을 이용하는 통상의 피조사자들과 달리 언론, 시민 눈을 피해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갔다. 이어 검찰청 직원의 안내로 조사실로 직행했다. 차량은 검찰청에 오기 전 조 전 장관 부부를 변호한 법무법인 LKB앤파트너스가 있는 서울 서초구 정곡빌딩에 들렀던 것으로 전해졌다. 조 전 장관은 이 법무법인 변호사들과 최근 자문회의를 한 자리에서 “아내에게 돈을 보낸 건 맞지만 WFM 주식 매입에 쓰이는지는 몰랐다”는 취지로 말했다.

조 전 장관은 대검찰청이 최근 시행한 ‘사건 관계인 공개소환 전면 폐지’ 조치를 적용받은 첫 사례가 됐다. 조 전 장관은 과거 자신의 논문에서 “우리나라의 진술거부권은 포기할 수 없는 주관적 공권(公權·법의 보호를 받는 이익)”이라고 서술했다. 한 현직 검사는 “조 전 장관으로서는 불리할 것 없는 선택”이라고 말했다. 김한규 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은 “조 전 장관은 그간 소셜미디어 등에서 혐의를 부인하면서 지지자들의 결집을 초래했다”며 “막상 정식 수사 절차에서 진술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공인으로서 매우 부적절한 처신”이라고 말했다.

허경구 구승은 기자 ni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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