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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포르노… 미국은 갖고만 있어도 최대 징역 20년이라는데, 한국은 1년6개월

[야동 중독으로 꿈 잃은 다음 세대] <3> 음란물에 관대한 사회


미국 법무부는 지난달 폐쇄형 비밀 사이트인 ‘다크웹’으로 운영되던 유·아동 성 학대 및 성 착취 영상 공유 사이트 ‘웰컴투비디오’ 운영자와 이용자 337명을 적발했다. 적발된 이용자는 다국적이었으나 한국인이 223명으로 가장 많았다. 아동 성폭력물 소지자 중에는 4만8600여건을 가진 이도 있었다. 운영자 손모(23)씨는 2015년 7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이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4000여명에게 아동 성폭력물을 제공하고 4억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손씨는 지난해 5월 국내 법원에서 징역 1년 6개월 형을 확정받았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지난달 2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손씨와 사이트 이용자들의 합당한 처벌을 원한다는 청원이 올라와 3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청원인은 “아동을 성적 대상으로 학대하며 이윤을 만들었다는 반인류적 범죄가 어째서 한국에서는 별 것 아닌 것처럼 여겨지며 범죄자가 솜방망이 처벌을 받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음란물 제작 및 유통에 대한 국내의 처벌이 약하다 보니 이를 기반으로 한 돈 벌이와 음란물 이용이 증가하는 등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은 그 자체로 아동·청소년에 대한 성 착취 및 학대를 의미하는 것임에도, 한국은 사회 통념상 가볍게 다뤄지는 실정이다.

현행법은 ‘아동·청소년 이용음란물’임을 알면서 이를 소지한 자에 대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처벌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의 경우 UN의 아동권리협약에 따라 아동음란물 소지죄를 강력하게 처벌한다. 미국에서는 아동음란물을 소지한 것만으로도 5~20년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법무법인 에셀 이정훈 변호사는 “외국에서는 아동·청소년 음란물을 갖고만 있어도 중대한 범법 행위로 보는데 우리나라는 너무 관대하다”면서 “아동·청소년의 피해를 막기 위해선 강하게 처벌해야 한다. 이번 다크웹 사건을 통해 국민의 공감대가 넓게 형성된 것 같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강창일 의원이 법무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 소지로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처분받은 인원은 총 2146명이었다. 이 가운데 절반가량인 44.8%가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강 의원은 지난 14일 대표발의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서 아동청소년 성착취 음란물 소지자에 대한 처벌을 6개월 이상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상향 조정했다. 단순 소지도 공범으로 처벌토록 했지만 아직 개정까지는 갈길이 멀다.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에 대한 사회 인식이 느슨하다 보니 일반 음란물이 아동·청소년에게까지 유통돼도 부모들은 심각함을 모른다. 지난해 여성가족부가 실시한 ‘청소년 매체 이용 및 유해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청소년 76.7%가 스마트폰을 이용하지만, 스마트폰에 유해 사이트 차단 프로그램 설치 비율은 25.1%에 불과했다. 통신사별로 스마트폰 유해 사이트 차단 자녀안심서비스도 제공하고 있으나, 부모가 자녀의 스마트폰을 원격으로 관리하거나 유해 사이트 접속 내역이 부모에게 자동 전달되는 서비스는 유료여서 이용률이 낮다. 아동·청소년의 음란물 노출을 상당부분 막을 수 있는 기술적 방법이 있는데도 정부와 부모 모두가 방치해놓고 있는 셈이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유해 매체 피해 예방 및 매체 이용 교육의 확대도 시급하다. 특히 야한 동영상이란 뜻의 ‘야동’이 실제로는 포르노물임에도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흥미거리로 등장하고 있다. 이 또한 포르노에 관대한 사회를 드러낸다. 아동·청소년에 대한 성교육 때 포르노에 접하지 않도록 하되 접했을 경우 어떻게 해야 할지 등에 대한 교육도 해야 한다.

한국사이버성폭력센터 이효린 대표는 “야동에 관대한 사회 분위기가 초등학교 저학년까지 성인용 음란물에 노출되게 만들었다”면서 “강력한 법 개정 및 정책 개선과 함께 사회 전반의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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