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액수를 5배 인상하라는 등 과도한 요구를 쏟아내자 워싱턴 정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부동산 거래를 하듯 안보문제를 다루는 트럼프 행정부의 태도가 핵심 동맹국과의 관계를 약화시킬 것이라는 비판이 민주당을 중심으로 제기됐다. 한국뿐 아니라 일본 역시 비슷한 수준의 분담금 인상 압박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레이스 멩 민주당 하원의원은 15일(현지시간)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에서 미국이 한국에 방위비 분담금을 500% 인상하라고 요구했다는 최근 보도에 우려를 표명하며 “이런 공격적인 협상 전략은 한·미 동맹의 가치가 과소평가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멩 의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태도가 “미국의 안보와 경제적 이익을 해치고 있다”며 “접근 방법을 재검토하고 선의를 갖고 협상에 임하라”고 당부했다.

애덤 스미스 하원 군사위원장은 16일 미국의소리(VOA)에 보낸 성명에서 “미국은 동맹국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믿을 수 있는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며 “하지만 안보상 이익을 경시하고 동맹국에 금전적 기여만을 강요하는 자세는 그런 능력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스미스 위원장은 최근에도 “외국에 미군 주둔 비용을 분담하라고 권유할 수는 있다”면서도 “하지만 폭력배가 돈을 갈취하듯 안보정책을 운영하는 건 전혀 다른 문제”라고 비판한 바 있다.

조 만친 민주당 상원의원은 최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에 대한 미국의 방위비 분담금 요구가 “납득이 가지 않는 수준”이라며 “상원 군사위 소속으로 이 문제를 조만간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공화당 소속 데이비드 퍼듀 상원의원은 “한국은 평택 험프리스 기지를 짓는 데 기여한 훌륭한 동반자”라면서도 “방위비 인상 요구는 전 세계가 글로벌 안보에서 미국에만 기대왔음을 일깨우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일본에도 거액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미 외교전문매체 포린폴리시는 미국이 주일미군 유지비로 매년 현재의 4배에 달하는 분담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현직 미 관료를 인용해 전했다. 지난 7월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매슈 포틴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은 일본을 방문해 무려 80억 달러(약 9조3360억원)의 방위비 분담금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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