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갤러리현대에서 ‘거미 작가’ 토마스 사라세노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사진은 작품 ‘서울/클라우드시티’ 앞에서 포즈를 취한 작가(위쪽)와 출품작 ‘아라크노 콘서트’. 거미줄과 거미가 어둠 속에서 환한 빛을 받으며 관객을 맞이한다. 갤러리현대 제공, 손영옥 미술·문화재전문기자

거미줄을 본 게 언제이더라. 기억도 아득한 유년의 한 시절, 외가의 처마 혹은 곳간 구석에서 봤을까.

그 거미줄과 거미가 갤러리에 당당히 들어왔다. 서울 종로구 갤러리현대에서 열리고 있는 아르헨티나 출신 미술가이자 건축가 토마스 사라세노(46) 개인전에서다. 올해 베니스비엔날레 미술전 본전시에도 참여했던 이 시적이면서 급진적인 작가는 환경과 기후 문제를 고민하며 이런 과감한 시도를 했다.

전시장의 2층. 칠흑처럼 어두운 복도를 지나면 새로운 세상을 만나듯 한 줄기 빛을 받아 영롱하게 빛나는 거미줄을 볼 수 있다. 그 한 쪽에 자신을 구경하러 들어오는 인간종을 빤히 지켜보고 있는, 살아있는 무당거미가 있다. 거미줄은 혼자가 아니라 다른 종의 거미 2마리와 함께 지은 것이니 이 세상에 없는 하이브리드 건축물이기도 하다.

환한 조명 덕분에 춤추는 우주의 기원이라고 하는 먼지 입자도 선명히 보이는 이 작품의 제목은 ‘아라크노 콘서트’이다. 입자의 움직임이 만든 주파수가 거미줄을 건드리면 그것이 빛 아래에 놓인 스피커에 감지돼 일종의 콘서트를 벌이는 것이다. 작가가 자신의 협력자라고 이름 붙인 거미가 만든 거미줄을 유리관에 넣은 미술 작품도 볼 수 있다.

지난달 말 개막식에 맞춰 방한했던 작가는 “10살 무렵 할머니 집에서 본 거미줄을 통해 우리가 인간이 아닌 존재와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처음 하게 됐다”며 “다른 종들과 함께 살기 위해서는 우리 가치관에 큰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의도를 설명했다.

그에게 미술은 사회적 실천이다. 인간과 다양한 생물이 공생하는 미래의 도시구조에 대한 공감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이런 시도를 했다. 어떤 회화적 재현보다도 거미줄 그 자체를 보여줌으로써 사람들에게 더 큰 울림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작가는 현재 독일 베를린에 거주하며 활동한다. 부에노스아이레스국립대학교에서 건축을 전공했고 건축회사에서 잠시 일하기도 했다. 그러다 미술을 공부하러 독일 프랑크푸르트 슈테델슐레에 유학했다. 2002년 베니스비엔날레 건축전에 설치작품을 소개하며 건축가로서의 면모를 먼저 드러냈다.

미술 작품에서도 건축적 재능이 다분히 드러난다. 2016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정중동-구름 도시들’전에서 그는 인간이 지구의 화석연료 착취를 멈추고 지속가능한 공동체 환경에서 거주하는 유토피아적 모델을 제시했다. 관객은 기하학적이고 복잡한 도시처럼 갤러리 벽, 바닥, 천장 사이에 연결돼 공중에 매달린 구름 형태의 조형물들 사이를 거닐 수 있었다. 그 작업의 일부를 이번 전시에서도 감상할 수 있다. 전시장 벽면을 감싼 벽지 작품 ‘서울/클라우드시티’는 서울의 익숙한 풍경을 결합함으로써 친근감을 높였다. 전시는 12월 8일까지.

손영옥 미술·문화재전문기자 yosoh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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