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 주둔 중인 중국 인민해방군이 16일 도로 청소작업에 투입돼 시위대가 설치한 바리케이드와 잔해물을 제거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홍콩에 주둔 중인 중국 인민해방군이 지난 6월 홍콩 시위 시작 후 처음으로 시내 도로 청소작업에 투입됐다. 이들 중국군에는 대테러 특전부대가 포함된 데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홍콩의 ‘질서 회복’을 강조한 뒤여서 본토의 무력개입 ‘경고’가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홍콩 시위는 주말에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으나 홍콩 이공대학 주변에서 시위대가 쏜 화살촉에 경찰관이 다리를 맞는 등 충돌이 이어졌다.

1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중국군 수십명이 카오룽퉁 지역 주둔지에서 나와 시위대가 도로에 설치한 장애물을 치우는 작업을 지원했다. 티셔츠에 반바지 차림을 한 중국군은 홍콩 침례대학 캠퍼스 인근의 렌프루 로드에서 벽돌을 양동이에 담아 치우는 등 40분 동안 주민들의 청소작업을 도왔다. 이들은 오후 4시20분 작업에 나서 5시쯤 기지로 복귀했다.

홍콩 정부 대변인은 이에 대해 “중국군의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다”며 자발적인 활동이라고 밝혔다. 중국군이 홍콩 공공사업에 나선 것은 지난해 가을 태풍 망쿳 피해 복구 이후 1년여 만이다.

중국군 중 일부는 뒷부분에 ‘특전팔련(特戰八聯)’이라는 글자가 적힌 주황색 티셔츠를 입었고, 일부는 ‘쉐펑특전영(雪楓特戰營)’이라고 쓰인 남색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홍콩 언론은 이들이 중국 인민해방군 서부전구 76집단군의 ‘쉐펑특전여단’에 소속된 부대로서 중국 내 최강의 대테러 부대라고 전했다. 쉐펑특전여단은 중국의 항일전쟁 때 용맹을 떨쳤으며, 펑더화이의 지휘하에 한국전쟁에도 참여한 중국군 내 최정예 부대 중 하나다.

이 여단 산하에는 2000년 중국 최초로 대테러 전문부대가 창설됐으며 시가전이나 고산지대, 사막, 삼림 등 악조건에서 대테러 작전 수행이 가능한 최강 부대로 평가받고 있다. 원래 중국 서부지역에 주둔하는 대테러 특수부대가 홍콩에 있다는 점을 공개한 것은 시위 진압에도 이 부대가 투입될 수 있다는 신호라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시 주석이 지난 14일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 참석해 “폭력을 중단시키고 혼란을 제압해 질서를 회복하는 것이 홍콩의 가장 긴박한 임무”이라고 강조한 뒤여서 일종의 ‘최후통첩’ 성격도 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도 17일 1면 논평에서 시 주석 발언을 인용해 홍콩의 폭력 상황을 제압하고 질서를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민일보는 “당 중앙은 홍콩의 질서 회복을 결연히 지지한다”며 “홍콩에서는 5개월 넘게 대규모 위법행위와 폭력이 지속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홍콩경찰청이 17일 홍콩 이공대학에서 시위대와의 대치 도중 공보팀 소속 경찰관이 화살에 맞았다며 공개한 사진. 경찰관의 왼쪽 종아리에 꽂힌 화살이 보인다. AP연합뉴스

홍콩은 일부 도로의 통행이 재개되는 등 시위가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지만 전날 밤에도 카오룽퉁에서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이 빚어졌다. 대다수 주요 대학에서는 시위대가 철수했지만 홍콩 이공대학에서는 이날도 충돌이 빚어졌고, 시위대가 쏜 화살에 경찰관이 부상을 입기도 했다.

홍콩 교육 당국은 학생들의 안전을 우려해 전면 휴교령을 18일까지 하루 더 연장하기로 했다. 교육 당국은 이날 공지를 통해 홍콩 내 모든 유치원과 초·중·고교, 특수학교에 18일 휴교령을 내린다고 밝혔다. 교육 당국은 지난 14일 휴교를 선언했고, 15∼17일로 휴교 기간을 확대했었다. 교육 당국은 학생들에게 불법 행위에 참여하지 말고 집에 머무를 것을 당부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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