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6세대 정치인’의 상징이자 여권의 차기 대권주자로 꼽히던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17일 내년 총선 불출마를 포함해 사실상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부산 지역 3선인 김세연 자유한국당 의원도 이날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한국당 의원들의 총사퇴와 함께 보수 세력의 쇄신을 요구했다. 이들의 불출마를 계기로 더불어민주당과 한국당, 거대 양당을 향한 세대교체와 인적 쇄신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임 전 실장은 SNS에 “저는 이제 처음 정치를 시작할 때 마음먹은 대로 제도권 정치를 떠나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려 한다”며 “앞으로의 시간은 다시 통일운동에 매진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한반도 평화와 남북의 공동 번영, 제겐 꿈이자 소명인 그 일을 민간 영역에서 펼쳐보려 한다”고 말했다. 그와 가까운 민주당 의원은 “현실 정치를 떠나 완전히 다른 길을 걷겠다고 마음먹은 것”이라며 임 전 실장의 발언이 정계 은퇴임을 시사했다.

최근 주소지를 서울 종로로 옮기고 총선 출마를 준비해온 그의 갑작스러운 불출마 선언은 민주당 총선 기조를 뿌리부터 흔들 전망이다. 그동안 말만 무성했던 386세대 용퇴가 확산될 가능성이 높고, 한국 정치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그들의 정치적 공과에 대한 논의도 활발해질 조짐이다. 특히 임 전 실장은 문재인정부 1기 비서실장으로, 친문재인계로서의 상징성 또한 컸기 때문에 청와대 출신 인사들의 총선 불출마 압박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초·재선 의원들은 임 전 실장이 종로 출마를 놓고 이곳 현역 의원인 정세균 전 국회의장과 갈등을 빚은 일을 거론하며 중진들을 향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한 초선 의원은 “당내 중진들이 느끼는 바가 많기를 바란다”고 말해 중진 용퇴론이 더욱 거세질 것임을 예고했다.

김세연 의원의 불출마 선언도 정치권에 울림을 줬다. 김 의원은 “한국당은 이제 수명을 다했다. 이 당으로는 대선 승리는커녕 총선 승리도 이뤄낼 수 없다”며 “깨끗하게 해체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세상 바뀐 걸 모르고 이대로 계속 버티면 종국에는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라며 한국 정치사에서 보수세력으로서 한국당의 소임이 끝났음을 선언했다.

한국당 의원의 불출마 선언은 초선 유민봉, 6선 김무성, 재선 김성찬 의원에 이어 네 번째다. 그동안 당내에선 영남권 3선 이상, 서울 강남권 중진 의원의 용퇴 요구가 있었지만 큰 힘을 얻지 못했다. 내년 총선에서 당선이 유력하던 김세연 의원의 결단은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초·재선 의원들 사이에선 보수 진영의 대대적인 인적 교체를 시작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비박근혜계 복당파인 김 의원의 결단이 보수통합 논의를 가속화할 것이란 전망도 많다.

기득권을 내려놓은 임 전 실장과 김 의원의 선언이 정치권 전체의 쇄신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정치 혁신 요구가 높은 만큼 이들의 선언이 세력 교체의 신호탄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한 민주당 의원은 “우리 세대 정치인 중에도 염치 있는 사람이 있음을 보여줬다”며 “비슷한 선언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몇몇 인적 교체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물러나야 할 사람들은 버티고, 남아서 정치를 계속해야 할 사람들이 버티지 못하고 떠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김나래 심희정 기자 nar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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