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 고노 다로 일본 방위상(왼쪽부터)이 17일 아세안확대 국방장관회의가 열린 태국 방콕의 한 호텔에서 한·미·일 3자회담을 시작하기 전 손을 맞잡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23일 0시)를 앞두고 한·미·일 국방장관이 막판 협의에 나섰지만 평행선만 달린 채 소득 없이 끝났다. 미국의 강한 압박에도 불구하고 한·일 지소미아는 극적 반전 없이 종료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17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세안확대 국방장관회의(ADMM-Plus) 참석을 계기로 고노 다로 일본 방위상,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과 각각 양자회담, 3자회담을 가졌다. 고노 방위상과의 양자회담에서 정 장관은 지소미아 종료 결정이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었음을 강조하면서 일본 측의 태도 변화를 강력하게 요청했다.

정 장관은 회담 후 기자간담회에서 “(지소미아 문제는) 원론적 수준에서 얘기가 됐다. 외교적으로 풀어야 할 게 많으니 외교적으로 잘 풀릴 수 있도록 노력을 해달라고 적극 주문했다”고 밝혔다. 이어 “일본은 (지소미아를) 계속해서 유지해 나가기를 바란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지소미아 종료를 눈앞에 두고 한·일 국방장관이 마주 앉았지만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한 셈이다.

한·미·일 3자회담에서는 미·일 장관이 지소미아를 유지하라고 한국을 압박하는 모양새가 연출됐다. 에스퍼 장관은 모두발언에서 “우리는 동맹국 간 정보 공유의 중요성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노 방위상도 “아직 북한의 핵·미사일 폐기에 구체적인 진전을 보지 못한 상황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3국 간 방위 협력을 지속적으로 증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말한 ‘정보 공유’와 ‘3국 방위 협력’은 지소미아를 가리킨다.

한국 정부는 일본의 수출규제 철회 없이는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번복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일본 정부가 최근 반도체 생산라인용 액체 불화수소에 대한 수출을 허가했지만 근본적인 입장 변화는 아닌 것으로 분석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근원적인 불확실성이 사라지지 않아 불화수소 수출 허가를 긍정적 신호로 보기는 힘들다”며 “국방장관 회담이 열렸지만 일본이 수출규제 문제를 선행해서 풀지 않아 사태를 진전시키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데 일본의 태도 변화가 없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최근 미국이 한국을 거세게 압박했고 일본에도 책임을 부각했지만 반전의 계기는 만들어지지 않았다. 앞서 방한한 에스퍼 장관은 지난 15일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 일본에도 사안의 원만한 해결을 요청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소미아 종료가 불가피하다면 정부가 향후 충격을 흡수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지소미아와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강제징용 배상 판결 문제 등을 함께 묶어서 패키지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조속히 만들어야 한다”며 “지소미아 종료 과정에서 우리 정부가 충분한 설명 없이 갑작스럽게 결정하고, 미국의 연장 요구를 거절하는 등 훼손된 한·미 관계 회복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소미아 종료에 따른 보완재로 한·미·일 3국 간 정보 공유 약정인 티사(TISA)를 빨리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상헌 임성수 기자 kmpap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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