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 5억6000만원, 2018년 3월 7억2000만원, 8월 9억9000만원, 11월 11억1000만원, 2019년 6월 6억7000만원, 8월 7억3800만원….


1년 사이 5억원 넘게 오르더니 반 년 만에 4억원 가까이 떨어졌다. 한 달 사이 거래된 같은 평수가 6000만~7000만원 차이가 났다. 지난해 8월에는 같은 평수 두 채가 1주일 사이 각각 8억6700만원, 9억9000만원에 거래되는 롤러코스터도 탔다. 소위 ‘미친 집값’으로 유명세를 탔던 광주 남구 봉선동 한국아델리움3차 전용 84㎡ 실거래가격이다.

부동산업계는 외지인 투기세력의 장난질로 의심했다. 일부 스타 강사들이 봉선동을 투자 유망 지역으로 찍었고, 외부 투기 세력들이 봉선동에 대거 유입되면서 집값이 비정상적으로 폭등한 게 아니냐는 분석들도 쏟아졌다.

그러나 18일 국민일보 확인 결과 외지인 집단 매집의 실체는 없었다. 발견되지 않았다는 표현이 맞다. 봉선동에서 가장 큰 폭으로 가격이 오른 아델리움3차 279가구 부동산 등기부등본을 전수조사한 결과 2016년 이후 전체 거래 77건 가운데 ‘큰손’으로 불리는 서울 거주자는 한 명도 없었다.

전체 거래 중 외지인 매입은 9건에 불과했고, 이 가운데 수도권은 1명뿐이었다. 나머지는 전남과 전북 등 인접 도시 거주자가 각각 6건, 2건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3건은 법인이 매입자였다. 2014년 분양 이후 거래 전체에서 외지인이 차지한 비율이 11.7%에 그쳤던 것이다. 아파트 값 급등 기간인 2018년 이뤄진 외지인 거래는 전체 26건 가운데 4건에 불과했다. 부동산 시장 교란 세력으로는 턱없이 세가 약하다.

그렇다면 광주 봉선동 널뛰기 집값의 주역은 누구일까.

같은 동네 주민이 절반 샀다

아델리움3차 총 거래 건수는 2016년 이후 77건이다. 279가구 중 27.6%의 주인이 바뀌었다. 전체 매입자 가운데 65건(84.4%)은 광주에 주소지를 둔 사람이었다. 흥미로운 건 그중에서도 봉선동과 같은 구인 남구에 주소지를 둔 경우가 47건(61.0%)이라는 점이다. 남구 47건 중에서는 같은 동네인 봉선동에 주소지를 둔 사람들의 매입이 41건이나 됐다. 전체 거래량의 53.3%다. 특히 봉선동 중 아델리움 1~3단지 거주자가 동 호수만 바꾼 것도 17건이었다. 서류상 ‘동네 주민’들이 집값에 가장 큰 영향을 줬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외지인 거래는 2016년 1건, 2017년 2건, 2018년 4건, 2019년 2건 이뤄졌다. 2018년 외지인 거래 4건의 매입자 주소지는 전북 1명, 전남 3명이었다.

봉선동에서 만난 공인중개사의 설명도 통계와 일치했다. 지난 7일 만난 봉선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이걸 진짜 외지 투기세력이 올려놨다면 (가격이 떨어진) 지금쯤 곡소리가 나와야할 텐데 그런 곡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 외지 투기세력의 영향력이 부풀려진 것 같다”고 말했다. 봉선동의 공인중개사 여러 명은 “언론에서 외지인들의 투기를 지목하는데, 외지인과 거래를 해본 경험 자체가 없다. 이 동네 분들이 산 경우가 훨씬 많다”고 입을 모았다.

미등기 전매나 자전거래 등 불법 행위가 없었다면 외부 투기 세력이 들어와 가격을 높였다는 주장은 맞지 않는다. 광주광역시 관계자도 “불법 투기 행위가 가격을 비정상적으로 올린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있었지만 점검 결과 흔적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했다.

봉선동 집값 상승의 원인은 미궁에 빠진 걸까. 지역의 한 부동산업자는 “지난해 봉선동 구축 아파트들에서 ‘리모델링 붐’이 불었다”고 했다. 봉선동은 학군에 따른 실수요가 높은 지역이지만 신축 건물이 많지 않아 이에 대한 욕구가 많았고, 그로 인한 내부 투자 붐도 있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는 폭등 수준의 집값을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다른 부동산업자는 “학원가가 유명해 원래 실수요가 탄탄한 지역인 데다 광주에 오랫동안 신축 매물 공급도 적었다. 오르는 게 당연했지만 그래도 너무나 비정상적인 가격이었다”고 했다. 또 다른 업자는 “폭등이 아니라 거의 폭발 수준”이라고 표현했다.

소문의 힘?

그래서 등장한 게 ‘유령 외지인’ 설이다. 우선 다른 급등 지역처럼 봉선동에서도 외지인 목격담이 나왔다. 대전, 울산, 부산과 마찬가지로 광주 봉선동에서도 임장에 나선 외지인 집단이 지난해 초 출몰했다고 한다. 한 부동산업자는 “2017년 가을, 2018년 봄쯤 외지인들이 왔었다. 서울 사람인데, 얼마에 나오면 바로 사겠다는 사람이 있긴 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외지 투자자들이 오긴 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개업자들의 외지인 목격담은 대체로 “외지인들이 봉선동에 와서 상담을 한 적은 몇 번 있지만 실제 거래로 이어진 경우는 거의 없었다”거나 “언론에 나온 거처럼 떼로 몰려와서 물량을 긁어가는 그런 일은 없었다”는 식으로 모아졌다.

공교롭게도 봉선동에 외지 투자자들이 출몰했던 시기는 유명 부동산 투자 강사들이 남구나 봉선동을 지목했던 시기와 맞물린다. 대체로 2017년 말부터 2018년 여름까지다.

현지 부동산업자들은 이때 ‘심리’에 편승한 투자가 시작된 것으로 봤다. ‘유명 부동산 강사들이 봉선동을 찍었다’라거나 ‘외지 투자자들이 내려왔더라’ 등의 소문이 돌면서 내부의 투자 심리를 자극했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외부의 ‘투기 소문’이 내부의 ‘투기 실체’를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봉선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동네 사람들이 모이기만 하면 ‘집을 사야 한다’는 얘기들이 나왔다. 지난해 8월에는 매물이 하나도 없던 적도 있다”며 “다들 편승해서 올린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전문가는 “‘서울에서 누가 왔다더라’ 하는 소문이 퍼지면서 현지 주민들의 기대 심리가 커졌다”고 말했다.

거래 추이도 비슷했다. 아델리움 3차 실거래가는 2018년 1월 5억원 후반~6억원 정도로 형성됐다가 외지인 목격담이 돌던 3~6월 6억원 후반~7억원 중반 가격으로 올랐다. 여름에는 8억원을 돌파했고 9억9000만원까지 뛰었다. 남구 전체의 아파트 거래건수 역시 지난해 1~6월 300건대에서 8~10월 400건대로 늘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관건은 ‘시장의 분위기’였다. 가격이 오르기 시작하면서 더 오르기 전에 사야겠다는 사람들의 불안 심리가 작용했고, 가격이 더 가파르게 뛴 것 같다”고 했다.

부수적 요인들

봉선동의 구축 아파트 위주로 외지인들의 투자금이 일부 흘러들어갔을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는 없다. 봉선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신축 아파트들은 매매가와 전세가의 차이가 커 갭 투자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면서 “물건을 보러 왔던 외지 투자자들이 인근의 저렴한 구축 아파트들을 둘러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공인중개사도 “외지인들이 주변의 작고 오래된 아파트에 좀 투자했는데 작은 평수들의 가격이 올라가다보니 신축들도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덩달아 가격이 올라가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구축 아파트인 삼익 1차 단지(전용 84㎡ 기준)는 2억원 중반대에 거래되다가 지난해 하반기 갑자기 3억원 후반대로 가격이 치솟았다. 시 관계자도 “외지인들이 부동산 매입 문의를 하고 돌아다니면서 이 동네에서 ‘투자 붐’을 일으켰을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한국감정원 부동산통계정보에 따르면 광주 남구의 외지인 거래 비율은 2016년 이후 15~20% 안팎에서 등락을 거듭하다가 2019년 6월에야 36%로 치솟았다. 광주의 부동산 폭등 이후 벌어진 일이다. 일시적으로 거래량이 급증했던 2016년 12월(796건)과 2017년 1월(540건)에도 외지인의 거래 비율은 각각 7%와 9%에 불과했다. 구축 아파트에 투자한 외지인이 일부 있더라도 가격 추이를 흔들 만큼의 세력은 아니었다는 의미다.

일종의 착시 효과도 있다. 아델리움 3차의 경우 10억원 이상에 거래된 것은 딱 1채에 불과한데, 이는 맨 위층의 복층 형태로 실제 면적이 더 넓고 분양가 자체도 더 높은 매물이었다는 것이다. 한 업자는 “기준층이 10억원에 팔린 게 아니다. 예외적인 거래 1건으로 집값이 11억원이 넘었다고 하는 건 잘못된 얘기”라면서 “9억원대까지 거래된 것으로 보는 게 정확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치솟았던 봉선동의 집값은 이후 거래가 뚝 끊기면서 현재는 어느 정도 조정 국면에 진입했다. 아델리움 3차의 경우 지난달 6억원 후반대에도 거래됐다. 한 공인중개사는 “짧은 기간에 가격이 치고 올라갔다가 다시 제자리를 찾고 있는 것 같다. 거래량 자체가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전광섭 호남대 행정학과 교수는 “외지인들이 사들인다는 소식 때문에 지역 내에서 투기성 투자가 유발된 측면도 있다. 이런 과대 포장된 루머들이 또 다른 루머를 낳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입주자들을 중심으로 호가를 세게 부르는 일종의 심리적 담합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거래량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기 때문에 현재 거래된 실거래가에 대표성을 부여하기에도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광주=김판 기자, 정현수 임주언 기자 p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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