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 대사. 연합뉴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국회 정보위원장인 이혜훈 바른미래당 의원을 최근 관저로 불러 방위비 분담금 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미국은 올해 분담금의 5배가 넘는 금액을 한국에 요구하고 있는데, 미 대사가 국회 상임위원장에게까지 직접적으로 분담금 인상 압박을 가한 것이다.

이혜훈 위원장. 연합뉴스

이혜훈 위원장은 당초 지난 6일 다른 상임위원장들과 함께 해리스 대사를 만나기로 했었는데 사정상 참석하지 못해서 7일 혼자 미 대사관저로 갔다. 해리스 대사를 포함한 5명이 나와 이 위원장이 자리에 앉자마자 분담금 얘기를 꺼냈다고 한다. 해리스 대사 등은 “한국은 주한미군이 쓰는 방위비의 5분의 1밖에 내지 않고 있다”며 분담금 인상의 불가피성을 주장했다.

이 위원장은 “야당 소속인 나를 상대로 갑자기 방위비 얘기를 꺼내 당황스러웠다”며 “대사의 말투나 행동이 무례하다고 느꼈다. 군인 출신이어서 외교적 어법에 서툰 것 같았다”고 말했다. 외국 대사가 주재국 국회의원을 불러내 자국 입장을 압박한 듯한 모양새여서 논란이 일고 있다.

한편 여야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들이 방위비 분담금 공정 합의 촉구 결의안 처리를 위해 18일 만났지만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당초 이들은 원내대표단의 20일 미국 방문에 앞서 19일 중 결의안을 채택할 계획이었지만 여야 간 입장차 때문에 처리가 어렵게 됐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박정 의원이 대표발의한 결의안에는 ‘국회는 주한미군의 주둔 경비 부담이라는 원칙에 벗어난 그 어떤 협정에 대해서도 비준을 동의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는 내용이 담겼다.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는 민주당 이인영,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와 회동한 뒤 “내일모레가 방미라 19일 결의안을 통과시키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오 원내대표는 “분담금과 관련해 여야가 국익 차원에서 단일한 목소리를 낼 것은 확실하다”면서도 “다만 민주당이 주장하는 결의안은 전략적으로 우리가 미국에 가기 전 어떻게 접근하는 게 맞느냐 하는 측면이 있어 생각은 조금 다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나 원내대표도 회동에 앞서 “한·미동맹이 왜 거래와 계산의 산물로 전락해버린 것인지 양국 정부가 모두 깊이 성찰해야 한다”고 정부를 비판했다.

반면 이 원내대표는 “한국당의 반대로 결의안 채택이 미뤄지고 있다. 더 이상 강 건너 불구경 하듯 바라보지 말라”며 한국당의 입장 전환을 요구했다.

심희정 이가현 기자 simci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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