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기이한 사진 한 장을 본 일이 있습니다. 꽁꽁 얼어붙은 얼음 위로 뭔가 삐쭉 솟아오른 장면이었습니다. 그것이 무엇인지 전혀 짐작되질 않았습니다. 부채 같기도 하고 부러진 주걱 같기도 한 것이 얼음 위로 솟아올라 있었으니까요. 궁금한 마음을 갖고 설명을 읽고 난 뒤 마음이 서늘해졌습니다. 갈색 털을 지닌 북미산 큰 사슴 두 마리가 뿔이 엉켜 죽은 채 물속에 얼어붙어 있었던 것입니다.

가을은 사슴들의 왕성한 번식기입니다. 두 마리의 사슴이 치열하게 싸우다가 서로 뿔이 엉키게 됐고, 그 상태로 발버둥 치다 물에 빠져 죽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겨울이 되자 물이 얼어 뿔만 얼음 위로 솟아올랐습니다. 설명을 대한 뒤 다시 한번 사진을 유심히 보니 사슴의 뿔이 유난히 아름답습니다. 빛나는 황금 관을 쓴 듯 저 뿔을 높이 들고 바위 꼭대기에 서 있었을 사슴이 얼마나 위엄있고 아름다웠을까요. 충분히 상상됐습니다.

그에 비교해 얼음 속에 잠겨 있을 사슴의 몸뚱이는 초원을 마음껏 달리던 모습이라 하기에는 초라하고 불행하게 느껴졌습니다. 풀어낼 것을 풀어내지 못하면 결국 공멸의 길을 가게 됩니다. 엉킨 것을 풀어야 우리 모두의 살길이 있습니다.

한희철 목사(정릉감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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