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결정 집단 내부 구성원들 사이에 응집력이 클수록
비판적 의견 따돌림 당하고 비합리적 결정 내릴 위험성 커

어렵고 복잡한 문제일수록 이해관계 집단의 관계자들이
참여해 충분히 토론해야 집단지성 발휘될 수 있어


집권 후반부에 접어든 문재인정부는 채용 및 대학입시의 공정성 확보, 검찰개혁, 선거법개정, 한·일 문제, 북핵문제 등 적지 않은 난제들을 슬기롭게 해결하여야 한다. 정부·여당은 해결방안 모색 과정에서 집단사고에 매몰되는 함정을 피하고 다양한 참여자들의 의견을 집약하여 집단지성이 발휘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집단사고는 의사결정과정의 ‘집단착각 현상’으로, 심리학자 재니스가 미국에 커다란 국가적 손실을 안긴 쿠바 피그만 침공 결정 과정 분석에 사용한 개념이다. 케네디 대통령 취임 직후인 1961년 4월 대통령 특별자문위원회는 쿠바 카스트로 정부를 전복시키려고 쿠바 탈출망명자 1500명으로 구성된 군대로 피그만을 침공하기로 결정했다. 제대로 훈련도 받지 못한 소수의 침공군은 쿠바 정규군에게 불과 사흘 만에 참패했다. 재니스에 따르면 케네디 대통령과 참모들 사이에 강한 응집력이 형성돼 있었고, 집단에 반대하는 의견은 억제되었으며, 무모한 피그만 침공은 ‘만장일치의 착각’ 상황에서 결정되었다. 이같이 의사결정 집단 내부구성원들 사이에 응집력이 클수록 비판적 의견은 따돌림 당하고, 터무니없이 비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위험성이 커진다.

이와 대조적인 사례가 미국의 쿠바 미사일 위기 대응이다. 1962년 10월 초 중앙정보국(CIA)은 소련이 비밀리에 쿠바에 핵미사일 기지를 건설 중임을 발견했다. 케네디 행정부는 즉각 미사일 기지 설치중단이라는 정책목표를 설정하고 실행방안을 찾았다.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가 소집돼 대통령, 국무부 장관, 국방부 장관, 법무부 장관, CIA국장, 합참의장, 대통령 특별보좌관 등 참석자들이 가능한 대안을 검토했다. 초기에 대통령은 효과가 가장 확실한 대안으로 보이는 공습을 선호했다. 치열한 내부논의를 거치면서 케네디 대통령은 며칠 후 온건파의 주장을 받아들여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적은 해상봉쇄를 선택했다. 이에 소련이 미사일을 철수함으로써 긴박했던 핵전쟁의 위기는 해소됐다. 당시 법무부 장관 로버트 케네디는 위기 해결 과정에서 얻은 교훈 중 하나가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의 중요성이라고 회고했다.

쿠바 미사일 위기 대응은 집단지성을 발휘하여 난제를 해결한 사례로 손꼽힌다. 집단지성은 다수의 개체들이 협력과 경쟁을 통하여 지적 능력이 대폭 확장된 결과물을 산출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집단지성이 발휘되기 위해서는 집단 구성이 다양해야 하고, 권한이 분산돼야 하며, 구성원이 상호 독립적이어야 한다. 또한 리더가 개방적이어야 하고 열린 토론을 보장하는 등 소정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우리나라는 주요 조직들의 정책결정 직위를 학연, 지연, 혈연 그리고 정치적 이념성향을 같이하는 특정 인맥이 장악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유사한 환경에서 성장한 사람들은 비슷한 사고방식을 가지게 마련이며 폐쇄적인 연줄과 위계질서로 얽혀있기 때문에 자유로운 토론이 어렵다. 최근에는 특정사안에 관한 정보를 정상 언론매체가 아니라 자신이 선호하는 유튜브 채널 등 SNS를 통하여 얻고 있고, 이를 통해서 편협한 진영논리가 더욱 강하게 형성되고 있어 여야를 막론하고 정책결정에서 획일적인 집단사고에 따른 실패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어려운 문제일수록 이해관계 집단의 구성원이나 대표들이 참여하여 충분한 토론이 이루어져야 집단지성이 발휘된 해결방안이 나올 수 있다. 참여자의 다양성은 남녀, 사회적 지위, 연령, 출신지역 등 인구통계학적 범주뿐 아니라 교육 배경, 경력, 정치적 이념성향 등 지식과 정보의 다양성도 포함된다. 최근 대학입시와 공기업 채용에서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편법과 일탈이 드러나면서 ‘공정의 가치’ 상실에 학부모와 청년들이 분노하고 있다. 일반 국민의 상대적 박탈감과 좌절감은 제도 자체뿐 아니라 제도 운용과정에서 나타난 사회지도층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결핍에 대한 불신으로 한층 증폭된 것이다.

교육당국은 대입제도 개편 및 운용방안 마련에 교육 분야 전문가들뿐 아니라 공정성에 불만을 표출한 수도권과 지방의 학부모 및 학생들과 학생부종합전형(학종) 입시의 운용과정에서 문제가 된 해당 대학 관계자의 의견을 폭넓게 반영하여야 한다. 국내정치문제뿐 아니라 대외문제에서도 상대방의 입장을 충분히 배려하여야 서로 납득할 수 있는 해결방안을 찾을 수 있다. 지난 10일 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가 회동하여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복원에 관한 긍정적 논의가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상설협의체에서 선거제도, 한·일 관계, 남북 관계 등 현안 정책의제 전반에 관하여 허심탄회하게 논의하고 합의점을 찾아가야 한다. 사회적 난제의 해결 과정에서 정책결정 참여자의 다양성을 대폭 확장한 제도적 장치들이 마련되고 실질적인 공론화 절차를 거쳐야 집단 지성이 발휘된 해결방안을 찾을 수 있다.

남궁근(서울과기대 명예교수·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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