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으로도 아이를 때리지 말라’ 박홍규 영남대 명예교수가 2002년 펴낸 프란시스코 페레(1859~1909) 평전의 제목이다. 스페인 출신인 페레는 아이들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존중하는 자유교육의 선구자다. 1901년 9월 바르셀로나에 학교를 세워 자유롭게 질문하고 토론하는 방식으로 학생들을 교육했다. 그는 체벌을 절대 허용하지 않았는데 책 제목은 이런 교육철학을 잘 보여준다.

체벌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오랫동안 자녀 훈육의 수단으로 용인돼 왔다. 구약성서 잠언에 “매를 아끼는 자는 그의 자식을 미워함이라. 자식을 사랑하는 자는 근실히 징계하느니라”(13장 24절)는 구절이 있을 정도다. 사랑의 매가 필요하다는 논리다. 그러나 체벌의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주장이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 미국 텍사스 대학 엘리자베스 거쇼프 교수는 체벌의 영향에 관한 27개 연구 결과를 분석했더니 거의 모든 연구에서 체벌을 많이 경험할수록 아동의 공격성과 반사회적 행동이 높아지고 우울과 불안감을 호소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사실이 입증됐다고 밝힌 바 있다.

아동인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자녀 체벌을 법으로 금지하는 나라들이 늘어나고 있다. 1979년 스웨덴을 시작으로 핀란드, 노르웨이, 독일, 브라질, 프랑스 등 56개국이 합류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유엔 아동권리위원회의 거듭된 권고에도 아직 예외 지대다. 교내 체벌은 2011년 3월 초·중등교육법시행령 개정으로 금지됐지만 가정에서는 체벌이 다반사로 이뤄지고 있고 처벌은 관대하다. 심각한 학대는 아동학대처벌법 등으로 처벌하고 있지만 교육 목적이라고 판단되면 책임을 묻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굿네이버스 등 아동보호단체들은 19일 열린 세계아동학대 예방의 날 기념식에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친권자 징계권을 삭제해 달라’고 요청한 시민 3만여명의 서명을 전달했다. ‘친권자는 자녀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해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한 민법 915조가 자녀 체벌을 용인하는 근거가 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부가 지난 5월 포용국가 아동정책을 발표하면서 민법이 허용하는 자녀 징계권에서 체벌을 제외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개정 작업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사랑의 매는 없다. 저항하지 못하는 자녀에 대한 일방적이고 습관적인 폭력이며 감정을 제어하지 못한 분풀이일 뿐이다.

라동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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