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휴지·달걀 한 판… “우리도 함께 나눠야죠”

서울 백사마을 연탄교회 허기복 목사의 겨울 나기

연탄은행 대표 허기복 목사가 20일 서울 노원구 백사마을 목욕탕에서 보일러를 점검한 뒤 포즈를 취했다. 송지수 인턴기자

받지만 않는다. 나눌 줄 안다. 늙고 병들고 수입이 적기에 연탄에 기대어 겨울을 나야 하지만 감과 사과, 두루마리 휴지와 달걀 한판을 손에 들고 교회에 모였다. 그리고 자신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며 자신의 것을 나눴다.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로 불리는 노원구 백사마을 연탄교회에 20일 오전 11시 주민들이 모여들었다. 사회복지법인 밥상공동체·연탄은행 대표 허기복 목사가 이끄는 연탄교회 예배 시간이다. 이번 주는 추수감사절이었다. 연탄난로 모양의 강대상 위에는 감과 사과가 가득 쌓여있다. 허 목사가 감을 가리키고 사과를 가리키자 성도들이 따라 외친다. “감! 사!”

추수감사절 예배 모습. 송지수 인턴기자

연탄교회는 주말에 폐지를 줍느라 교회 다니기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매주 수요일 예배를 드리고 점심 식사를 함께한다. “오늘 아침 몇 도까지 내려갔나요.” 허 목사가 묻자 백발 어르신이 “영하 5도요”라고 답한다. 불암산 경사지에 위치한 산동네이다 보니 이미 한겨울이다.

이곳 주민들은 연탄은행이 봉사자들과 함께 전달한 연탄으로 겨울을 나고 연탄교회서 듣는 복음으로 감사를 체험한다. 예배 후엔 한국교회연합과 한 대기업이 마련한 김장 김치와 쌀이 주민들에게 나눠졌다. “목사님, 감사해요”라는 인사를 듣자 허 목사는 “왜 내게 감사해요. 하나님께 감사해야지”라고 말했다.

목욕탕 내부. 송지수 인턴기자

성도들이 콩나물국에 현미밥과 김치로 아가페 식사를 할 동안 허 목사는 인근 ‘비타민 목욕탕’을 찾았다. 비타민 목욕탕은 홀로 사는 노인이 다수인 주민들이 청결로 건강을 유지하도록 뜨거운 물 목욕을 돕는 시설이다. 남탕 여탕 구분이 없기에 매주 수요일은 할아버지들이, 화요일 목요일 금요일은 할머니들이 이용한다. 남성들이 좀 덜 씻기에 이렇게 정해졌다.

온수를 계속 만들어야 하므로 이곳엔 연탄이 아닌 기름보일러가 설치돼 있다. 유량계를 직접 점검한 허 목사는 “주유소에 연락해 기름을 채워야겠다”고 말한 뒤 사라졌다. 오후에는 중계동 백사마을과 같이 연탄사용 가구가 밀집해 있는 상계동 양지마을에서 연탄 나눔 봉사활동을 하는 이들을 찾아 감사 인사를 했다. 허 목사가 연탄 나눔 현황을 전했다.

“빈곤 노인들이 다수인 연탄사용 이웃들을 위해 올겨울 서울에선 250만장, 전국적으로는 700만장의 연탄이 필요합니다. 현재 20% 정도만 채워졌습니다. 얼마 전 연탄은행으로 전화가 왔는데 최근 돌아가신 부친이 생전에 연탄은행에 얼마나 기부를 하셨는지 문의하는 내용이었습니다. 해마다 1000만원 안팎으로 3년 넘게 기부하셨다는 내역을 알려 드리니 유족들이 올해엔 연탄을 12만장 넘게 지원하겠다고 했습니다. 연탄을 채워주시는 일에 늘 감사할 따름입니다.”

이날 연탄교회 성도들이 낸 추수감사절 헌금은 노인종합복지관을 세우는 데 쓰기로 했다. 허 목사는 “어르신들께 연탄 지원을 넘어 무료 급식을 제공하고 고립감을 없애는 사랑방 프로그램과 한글교실 등을 운영하는 노인복지시설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연탄교회 성도들은 키르기스스탄 비슈케크와 경북 포항에 설립된 연탄교회에도 후원금을 보내왔다. 허 목사는 “연탄교회 어르신들이 가난 속에서도 믿음 생활을 잘하시며 따뜻하게 겨울을 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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