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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경의 열매] 조혜련 (7) 성급하게 도전한 일본활동 7년 만에 마침표

한·일간 역사·문화 모르고 한 행동과 말, 국내 팬들의 오해와 질타의 대상 되기도

조혜련 집사는 역사와 문화를 공부하지 못하고 도전했던 7년간의 일본 활동에 대해 “후회되고 반성된다”고 고백했다.

일본에서 7년 동안 활동하면서 내 이름을 많이 알리기도 했지만 가장 많은 안티팬을 만들기도 했다. 예능프로그램에서 내가 하는 발언이나 행동들은 질타의 대상이 됐고 또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요리 프로에 출연한 적이 있었다. ‘사랑의 앞치마’라는 요리 경연 프로였다. 나는 요리를 잘하지 못한다. 그날 요리 경연의 메뉴는 스파게티였다. 스파게티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사 먹을 줄만 알았지 만들어 본 적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개그우먼이 되기 전에는 열 명이 북적대는 집에 살았고 개그우먼이 되어서는 요리를 할 여유가 없었다. 요리 대결이 시작됐다. 내가 만든 요리를 먹은 사회자가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

“혜련, 왜 이렇게 맛이 없어요?” “저는 한국 사람이라서 스파게티는 잘 못 만듭니다”라고 답했다. 그 방송이 나간 뒤 한국 인터넷 웹사이트에는 네티즌의 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나는 한국 사람인데 스파게티를 제일 잘 만든다. 그런데 조혜련은 왜 일본에 가서 한국 사람은 마치 스파게티를 못 만드는 것처럼 이야기하지?’ 생각해보면 맞다.

그때로 돌아간다면 나는 애드리브로 이렇게 말하고 싶다. “한국 사람 중에서 저는 스파게티를 못 만드는 사람에 속해요.” 이렇게 예민한 일들이 일어날 줄은 꿈에도 모르고 일본 방송에 도전한 것이다.

일본에서 유명한 ‘링컨’이라는 쇼 예능프로그램에 나갔다. 워낙 인기 프로여서 출연하는 것이 꿈이었다. 내가 출연하는 날 운동회가 특집으로 편성됐다. 오프닝에서 운동회를 축하하기 위해 여자가수가 노래를 부르고 다 같이 손뼉을 쳤다. 나는 맨 앞줄에 섰는데 그 방송이 나간 뒤 한국이 발칵 뒤집혔다.

그 가수가 부른 노래는 ‘기미가요’였다. ‘기미가요’는 일본 국가다. 천황의 통치시대가 영원하기를 염원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 노래는 우리 대한민국에는 아픈 노래였다. 일제 강점기에 조선 총독부는 일본 정신이 가장 잘 드러나는 이 노래를 조선인의 황민화 정책을 위해 하루에 한 번 이상 부르게 하며 아픔을 줬다.

정말 그 노래가 그런 뜻인지 몰랐다. 또 그 가수가 기미가요를 오프닝으로 부르는지 모르고 나가서 손뼉을 친 나는 그 방송이 나간 후 엄청난 후폭풍을 맞았다. ‘조혜련 친일파 아니냐’ ‘일본 불교를 믿는다던데 무슨 관련이 있는 거냐’며 일파만파 퍼졌다.

너무 후회되고 반성되는 것은 일본에 진출하기 전 역사와 문화를 공부하고 더욱 신중했어야 했다. 그렇게 하지 못하고 성급했던 도전은 나에게 많은 아픔을 안겨줬다. 7년 동안 일본어를 배워가며 도전한 노력은 물거품이 됐다. 결국 나는 일본 활동을 중단했다. 그렇게 강했던 내가 일본 활동으로 날개가 꺾였다.

태어났을 때 아들이 아니라고 낳자마자 엎어놓았어도 고개를 옆으로 돌려 살았고, 시장에서 쑥갓을 팔 때 단속반에 쫓겨 다녀도 당당했고, 계집아이가 쓸데없이 대학 갔다고 빗자루로 맞았을 때도 괜찮았던 내가 우울증에 시달려 죽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다. 일본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그냥 확 뛰어내려 버릴까? 오늘로 내 인생이 마무리된다면 고통받지 않을 텐데’라고 되뇌었다. ‘아, 이 괴로움은 언제 끝나지?’

정리=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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