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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배병우] 항모의 시대는 끝나는가


항공모함은 인류 역사상 가장 크고 값비싼 무기이다. 미국의 신형 포드급 항모를 건조하는 데는 130억 달러(약 15조3000억원)가 든다. 폴란드나 파키스탄의 1년 국방비와 맞먹는 액수다. 미국은 항모 1대당 호위하는 이지스 순양함 1~2척, 구축함 2~5척, 원자력잠수함 등이 포함된 항모 전단을 11개나 보유하고 있다. 2001년 아프가니스탄 침공 때 개전 후 석달간 미군의 공습 4분의 3을 항모에서 이륙한 항공기들이 실행했다. 미 군사력을 전 세계로 투사하는 데 항모를 빼놓을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항모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전통적으로 항모의 최대 위협은 잠수함이었다. 포클랜드 전쟁 당시 아르헨티나 해군은 영국 잠수함의 공격을 우려해 유일한 항모를 작전에 동원하지 않고 항구에 정박시켰다. 하지만 이제는 물 위에서도 안전하게 기동할 수 있는 해역이 줄어들고 있다. 최대 위협은 중국과 러시아의 미사일 능력 고도화다. 대표적인 게 ‘항공모함 킬러’로 불리는 사거리 1500㎞ 이상의 둥펑(DF)-21 미사일이다. 중국에서 미국령 괌까지 도달할 수 있는 사거리 4000㎞의 최신 중거리 탄도미사일 DF-26도 있다. 사거리가 늘어났을 뿐 아니라 정확도도 크게 향상됐다.

이에 따라 미국의 싱크탱크 전략예산평가센터(CSBA)는 미래 전쟁에서 미 항모들이 안전하려면 중국같은 적대국의 해안에서 1850㎞ 이상 떨어진 해상에 머물러야 한다고 분석했다. 그 선을 넘어 접근한다면 하루에 최대 2000가지의 공격 무기에 노출될 수 있다. 대함 미사일 능력은 급신장하는데 반해 함재기의 평균 비행가능 거리는 줄어들고 있다. 1950년대 1700㎞였던 함재기 평균 비행거리는 800㎞로 줄었다. 최첨단 F-35에서 보듯 비행거리보다는 스텔스 기능과 첨단 장비 장착 등에 힘을 쏟은 결과다.

중국·러시아의 최첨단 미사일 능력이 실전에서 검증되지 않아 항모의 위기를 일컫기는 시기상조라는 반론도 있다. 하지만 미군 당국이 항모가 바다 위의 거대한 목표물이 될 수 있으며 클수록 결코 좋은 게 아니라는 위기감을 절감하고 있는 건 분명하다. 한국도 내년부터 경항공모함 건조를 위한 개념설계에 착수한다고 발표해 항모 보유를 공식화했다. 항모의 유용성에 대해 커지는 우려를 진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배병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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