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대출 규제에도 부동산 시장과 가계부채 열기가 식을 줄 모른다.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증가폭은 3분기 연속 커졌다. 가계빚은 사상 최대치다. 전문가들은 소득보다 빠르게 증가하는 가계부채를 우려한다. 특히 지방을 중심으로 현저히 떨어지는 ‘가계의 부채 상환능력’이 가뜩이나 경기 부진에 빠져 있는 한국 경제를 더 깊은 침체로 몰아넣을 수 있다.

한국은행은 21일 ‘2019년 3분기 중 가계신용’을 발표하고 올해 3분기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830조3000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9조5000억원 늘었다고 밝혔다.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07년 말(343조8000억원)보다 2.4배 증가한 규모다. 올해 1분기(4조3000억원)와 2분기(8조4000억원)에 이어 3분기 연속으로 증가폭이 확대되고 있다. 한은은 올해 3분기부터 통계에 빠져있었던 보험사와 여신전문회사의 주택담보대출 수치를 포함해 발표했다.

한은은 뛰고 있는 부동산 시세, 저금리 환경이 가계의 투자심리를 자극했다고 본다. 정부의 대출 규제에 잠시 멈칫했던 집값이 다시 오르기 시작하자 억지로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려는 수요가 증가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기준금리 하락에 따른 저금리 흐름이 만들어지면서 주택담보대출 수요 증가로 이어졌다.

주택담보대출 상승 여파로 올 3분기 가계신용 잔액(가계대출+카드 사용액)은 1572조7000억원에 이르렀다. 역대 최대치다. 1년 전과 비교해 3.9% 늘어났다. 가계신용 잔액은 2016년 4분기 이후로 11분기 연속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부채 증가 속도가 소득 증가 속도를 앞지르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올 2분기 기준으로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86.1%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9개 회원국의 평균(130.6%, 2018년 기준)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전문가들은 경기 침체의 정도가 심각한 지방에서 가계대출 상환능력이 떨어지는 걸 우려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서울 일부 지역에서 투기 수요로 일어나는 주택 거래도 문제지만, 그보다 지방을 중심으로 유동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주택담보대출을 이용하는 자영업자, 소상공인이 늘어나고 있는 게 더 큰 문제”라며 “지방의 경기 침체로 소득은 나아지지 않고 오히려 감소하는 상황에서 이자 상환 압박이 지방 서민들을 더 크게 누르고 있다. 가계뿐 아니라 금융기관 건전성에도 문제를 일으켜 국가 전반 신용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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