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 소득이 7분기 만에 가장 많이 늘었다. 현금성 복지와 노인 일자리 등 정부의 지원 덕분이다. 하지만 ‘정부 손길’보다 민간 영향을 더 많이 받는 ‘중산층 이상’의 소득은 주춤했다. 올해 3분기 저소득층은 정부 돈으로 경기 부진을 간신히 이겨냈지만, 중산층 이상은 직격탄을 맞았다. 중산층 이상 자영업자들이 저소득층으로 추락했다. 소득 상위 60%(3~5분위)의 사업소득이 모두 감소하기는 2015년 1분기 이후 처음이다.

통계청은 21일 ‘가계동향조사 3분기 소득 부문’을 발표하고 소득 1분위(하위 20%) 가구의 총소득이 지난해 3분기보다 4.3% 증가했다고 밝혔다. 2017년 4분기(10.2%) 이후 이어진 감소세에서 반등했다. 정부가 기초연금과 근로장려세제(EITC) 등 현금을 지원해 소득을 밀어올렸다. 저소득층에는 노인이 많다. 정부가 만든 ‘노인 일자리’도 소득을 끌어당겼다. 1분위의 근로소득은 전년 대비 6.5% 감소했지만, 2분기(-15.3%)보다 감소 폭이 줄었다.

그러나 중산층 이상이 문제다. 3~5분위(상위 60%)의 총소득 증가율은 각각 4.1%, 3.7%, 0.7%에 그쳤다. 2분기(6.4%, 4.0%, 3.2%)보다 증가 폭이 둔화했다. 특히 사업소득이 크게 줄었다. 3~5분위 사업소득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0.8%, 10.0%, 12.6% 감소했다. 사업소득의 증가율은 저소득층(소득 1~2분위)까지 합쳐도 ‘-4.9%’라는 숫자를 드러냈다. 통계 작성 이래 최대 감소 폭이다.

중산층 이상 자영업자들은 저소득층으로 추락했다. 1분위는 근로자 가구 비중이 직전 분기 대비 감소(29.8%→28.1%)하고, 근로자 외 가구 비중(70.2%→71.9%)이 늘었다. 중산층 이상 자영업자들이 1분위로 내려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1인 가구를 포함하면 1분위 소득이 ‘덜’ 증가하는 것도 자영업 부진 영향인 것으로 보인다. 공표되는 가계동향조사는 2인 가구 이상을 기준으로 한다. 독거 노인이 많은 1인 가구까지 포함하면 저소득층 통계 수치는 달라진다. 2분기의 경우 1인 가구 노인이 ‘정부 일자리 사업’에 참여해 1인 가구를 포함한 수치가 2인 가구 이상 수치보다 ‘소득 증가세’가 높게 나타났었다. 그런데 3분기에는 1인 가구 포함 시 소득 1분위의 총소득이 전년 동기 대비 1.4% 늘어나는 데 그쳤다. 2인 가구 이상의 수치(4.3%)보다 낮다. 근로소득 역시 1인 가구 포함 시 13.2% 줄어들어 2인 가구 이상 감소 폭(-6.5%)보다 컸다.

통계청은 이런 흐름의 원인을 ‘자영업 부진’으로 본다. 노인 일자리로 소득이 늘어난 1인 가구는 오히려 상위 계층(2분위 등)으로 이동했고, 그 자리를 저소득층으로 내려온 자영업자 1인 가구가 실직 또는 소득 감소로 채웠다는 것이다. 2분기 대비 소득 1분위 가구의 자영업 비중은 14.9%에서 16.5%로, 무직 가구 비중은 53.5%에서 55.4%로 변했다.

저소득층 소득은 오르고, 중산층 이상 소득은 주춤하면서 ‘상·하위 소득격차’는 5.37배를 기록했다. 정부의 현금 지원을 제외한 시장소득격차는 9.13배다. 정부 정책 효과가 3.76배 격차를 좁혔다. 소득분배 개선 효과만 보면 3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고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저소득 가구의 소득 감소는 아픈 대목이었는데, 3분기에는 확실히 좋아졌다”며 “다만 자영업 업황 부진으로 인한 사업소득 감소는 기존 대책의 효과성을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전슬기 기자, 임성수 기자 sgjun@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