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부르기에 왠지 쑥스럽기도 하고 어색하기도 한 요리가 있다. ‘감바스 알 아히요(Gambas al ajillo)’. 사람에 따라 한없이 낯선 이 스페인 요리가 최근 평범한 한국 가정의 주방에 종종 출몰하고 있다. 이름도 어렵고, 이름만으로는 맛과 모양이 쉽사리 떠오르지도 않는 감바스 알 아히요가 가정집 식탁에 오르게 된 것은 ‘밀키트’(Meal Kit) 시장이 커지면서다. 밀키트 시장의 단골 품절 메뉴인 감바스는 브랜드마다 어떤 차별성을 갖고 있을까. 국민컨슈머리포트가 5개 밀키트 브랜드의 감바스를 평가해봤다.

밀키트 시장 인기 메뉴

밀키트에는 요리에 필요한 모든 식재료가 용량에 맞게 포장돼 제공된다. 보통 10~30분 정도면 요리 하나를 완성시킬 수 있도록 재료부터 조리법까지 친절하게 담겨있다. 식재료를 따로 손질할 필요가 없고 레시피를 찾아보지 않아도 사소하게는 불의 세기 조절까지 안내돼 있어서 요리 초보들도 부담없이 도전할 만하다.

식품업계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 밀키트 매출 규모는 400억원 정도로 전망된다. 2024년에는 7000억원 규모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올 정도로 성장해가는 시장이다. 밀키트 업체마다 주력 제품이 다른데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는 메뉴가 바로 감바스다. CJ제일제당의 밀키트 브랜드 ‘쿡킷’, GS리테일 ‘심플리쿡’, 이마트 ‘피코크’, 한국야쿠르트 ‘잇츠온’ 등 대기업 밀키트 브랜드도 감바스를 판매하고 있다.

감바스 알 아히요는 ‘얇게 저민 마늘을 볶은 올리브유’(아히요)에 ‘새우’(감바스)를 볶아낸 스페인 전채요리다. 매운 고추와 허브로 풍미를 더한다. 보통 바게트를 곁들이거나 삶은 파스타를 함께 먹는다.

이번 감바스 알 아히요 평가에는 4개 대기업 브랜드 제품에 2011년부터 ‘쿠킹박스’ 형태로 밀키트를 만들어온 밀키트 전문 브랜드 ‘마이셰프’ 제품을 추가했다. 제품은 각 업체 공식 온라인몰에서 구매했다. 평가자들에게 정가와 할인(20~50%)이 적용된 구매가를 모두 공개해 평가에 반영하도록 했다.

평가는 20일 서울 강남구 르 메르디앙 서울 호텔에서 진행됐다. 르 메르디앙 서울은 오는 24일부터는 스페인 요리를 하루 종일 즐길 수 있는 ‘올라 스페니시 라운지’를 운영한다. 하몽 타파스, 포요 알 아히요, 파에야, 감바스 등이 준비돼 있다.

서울 강남구 르 메르디앙 서울 호텔 4층 연회실에서 지난 20일 김병남 김두환 김용록 김찬호 오재홍 셰프가 5개 브랜드 밀키트 ‘감바스 알 아히요’ 제품을 맛보며 평가하고 있다. 윤성호 기자

르 메르디앙 서울 호텔 연회팀의 김두환 김병남 김용록 김찬호 오재홍 셰프가 평가에 참여했다. 감바스 조리는 각 업체가 제공한 순서와 방법을 따랐고, 완성된 감바스는 파스타볼에 담아 내왔다. 공정하게 평가하기 위해 브랜드를 공개하지 않고 ①~⑤ 숫자를 표시해 블라인드 테스트로 진행했다. 모양새, 향미, 재료의 양, 재료의 신선도, 맛의 특색, 전체적인 풍미, 맛의 조화와 균형 등 7개 항목에 대해 최고 5점, 최저 1점의 상대평가로 점수를 매겼다.

김용록 셰프는 “감바스는 오일과 마늘의 향이 중요하다”며 “레스토랑 수준으로 구현한 제품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고 총평했다. 평가자들은 각 제품들이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을 100% 사용하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아쉽다는 반응이었다.

올리브오일과 마늘향에 좌우

감바스 알 아히요의 맛은 ‘감바스’(새우)가 아니라 ‘아히요’(마늘 소스)에서 갈렸다. 올리브오일과 마늘의 향미가 풍부하고 새우 등 다른 재료와 조화롭게 어우러진 제품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1위는 밀키트 전문브랜드인 마이셰프(4.4점) 제품이 차지했다. 모양새, 향미, 풍미, 맛의 조화와 균형, 원재료 항목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김찬호 셰프는 “레스토랑에서 먹을 수 있는 감바스를 가장 잘 구현했다”고 평가했다. 김용록 셰프도 “향, 균형, 간, 맛, 재료의 구성, 색감 등 다 좋다”며 “재료에 올리브가 들어가 있어서 인위적인 짠 맛이 아니라 올리브의 짠 맛으로 향미를 살렸다”고 말했다. 문어가 재료에 포함된 점도 호평을 받았다.

2위는 이마트 피코크 서울요리원(4.0점) 제품이었다. 모양새, 재료의 양과 신선도에서 항목 평가 1위를 차지했다. 김병남 셰프는 “색감이 좋고 대중적인 식재료를 잘 활용했다”며 “빵도 감바스와 잘 어울려서 대중성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만하다”고 말했다. 오재홍 셰프는 “향이 좋고 간이 적절하고 밸런스가 좋다”고 평가했다. 1차 평가에서는 3위였으나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해 최종 평가에서 2위에 올랐다.

3위는 한국야쿠르트 잇츠온(3.6점)이었다. 잇츠온은 맛의 특색과 조화·균형 항목에서 1위에 올랐다. 평가자들은 피코크와 잇츠온 두 제품의 결이 비슷하다고 봤다. 김두환 셰프는 “브로콜리의 초록, 고추의 빨강 등이 색감을 잘 살렸다”며 “조화롭고 특색있는 맛이었다”고 평가했다. 1차 평가에서는 2위였으나 가격에서 밀려 최종 3위가 됐다.

4위는 GS리테일 심플리쿡(2.0점)이었다. “특색있는 맛이 아니어서 아쉬웠다”(오재홍 셰프), 치킨스톡이 많이 들어가 인위적인 면이 있다”(김병남 셰프)고 평가됐다. 하지만 가장 빠른 시간에 조리해낼 수 있는 건 장점으로 꼽혔다. 김용록 셰프는 “간편한 조리법으로 소비자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5위는 CJ제일제당 쿡킷(1.0점)이었다. 김용록 셰프는 “스페인 사람들이 파프리카 가루를 많이 쓰는데 이 제품에도 들어갔다. 하지만 오히려 풍미를 망치는 요소가 됐다”며 “파프리카 가루로 맛을 살리는 게 쉽진 않다”고 말했다. 김두환 셰프는 “새우의 양이 가장 많은 점은 높게 평가한다”며 “재료가 넉넉하게 들어가서 대중적으로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새우의 양이 다른 제품의 1.5~2배 정도라 가격이 높았다. 가격 탓에 1차 평가에서는 4위였으나 최종 평가는 5위로 내려앉았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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