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부처를 출입한 지 2년이 넘어간다. 그 시간 동안 현 정권도 출범 후 임기 반환점을 돌고 있다. 2년 반을 돌아보면 가장 힘들었던 건 ‘숫자’와의 싸움이다. 현 정권도 그랬을 것으로 생각한다. 기획재정부와 통계청 등은 매달 또는 분기 고용, 생산, 투자, 물가, 소득, 성장률 등의 수치를 발표한다.

문재인정부는 출범 후 경제 패러다임의 전환을 예고했다. 소득 증가가 곧 성장으로 이어진다는 ‘소득주도성장’을 반기는 이들도 있었지만, 우려의 시선도 상당했다. 그 결과 매달 발표되는 지표는 정책 성공 여부의 가늠자로 주목을 받았고, 해석을 놓고 치열한 공방이 오갔다. 최악의 숫자를 거론하며 현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기사는 지지자들 사이에서 ‘기레기’, ‘가짜뉴스’가 됐다. 반대로 좋은 숫자를 언급하는 청와대와 정부에 대해 언론은 ‘자화자찬’이라는 비웃음을 보냈다.

누구 말이 맞는 걸까. 어느 쪽 논리가 타당할까. 그 대답에 대해 정책의 양면성을 고민해 본다. 취재하다 보면 어떤 수치는 극명하게 하나의 결론을 보여줄 때가 있다. 그러나 가끔 어떤 수치는 혼재된 모습을 보인다. 정부 정책이라는 것이 풍선 효과처럼 어떤 측면에서는 효과적이지만, 어떤 측면에서는 부정적인 양면성이 있어서다.

이런 경우엔 취사선택이 이뤄진다. 예를 들어 최근 발표된 올해 3분기 가계 소득 지표는 극빈층 소득이 7분기 만에 가장 많이 늘었다. 반면 중산층 이상 자영업자들(소득 상위 20~60%)의 소득은 4년 만에 동반 감소했다. 전자를 강조해 저소득층의 소득을 끌어올리는 정책이 효과가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반대로 후자를 강조해 정부가 분배에 집중하고 민간 위축을 간과하고 있다고 비판할 수 있다. 극빈층 소득 증가라는 ‘좋은 소식’에 대해서도 사회 안전망 강화와 인위적인 현금성 복지 퍼주기라는 상반된 시선이 가능하다.

이보다 앞서 발표된 비정규직 통계 또한 마찬가지다. 올해 비정규직은 86만7000명 급증했다. 정부는 조사 방법 변화 탓이라고 설명했다. 통계청이 그동안 실시한 경제활동인구 조사는 매월 “고용계약 기간을 정했느냐”에 “그렇다”라고 대답한 기간제 근로자와 “없다”라고 말한 ‘기간제 외’ 근로자들을 구분한다. ‘기간제 외’ 중에는 정규직과 비정규직(비기간제, 시간제, 비전형)이 섞여 있다. 이후 매년 8월 “없다”라고 말한 ‘기간제 외’ 사람들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조사해 최종 정규직과 비정규직(비기간제, 시간제, 비전형)으로 나눈다.

통계청은 올해 3월과 6월 이 같은 조사에 ‘추가 질문’을 실시했다. 이 추가 질문에서 약 35만~50만명이 ‘기간제 외’에서 ‘기간제’로 답을 바꿨다는 얘기가 나온다. 그런데 ‘기간제 외’에는 이미 비정규직인 ‘비기간제, 시간제, 비전형’이 포함돼 있다. 이에 따라 35만~50만명 중에는 ‘정규직→비정규직’과 ‘비정규직→비정규직’이 함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부분에서도 취사선택이 이뤄진다. 어떤 이들은 ‘정규직→비정규직’을 강조해 비정규직이 생각보다 많이 증가한 게 아니라고 볼 수 있다. 그동안 정규직으로 잘못 파악된 ‘비정규직’을 발굴했으니 긍정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와 반대로 어떤 이들은 ‘비정규직→비정규직’을 언급하며 정책 실패를 조사 방법 변화라는 엉뚱한 핑계로 덮고 있다고 지적할 수 있다.

결국 어떤 숫자와 상황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결론은 달라진다. 언론과 현 정부가 계속 다른 주장을 하는 이유다. 담당 기자인 나도 늘 취사선택이 어렵다. 혼재된 숫자를 놓고 이것을 더 강조해야겠다는 확신이 설 때가 있지만, 아닌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끔 정책의 긍정·부정 효과가 섞일 때 ‘핵심 주제’ 없는 기사를 고민해 보기도 한다. 취사선택이 아닌 모든 상황을 다 꺼내 보여주는 것이다. 언론이 결론을 내려줘야 했던 과거와 달리 현재 독자들은 다양한 정보를 접하고 있다. 정책의 양면성을 다 보여주고 판단을 맡겨 보는 것도 방법이다. 언론이 답을 정해야 할 때가 있지만, 모든 재료를 제공해야 할 때도 있다. 그리고 이런 측면에서 현 정권도 좋은 것만 말고 다양한 측면을 보여주는 용기를 고민해야 한다. 취사선택이 아닌 모든 것을 보여주고 평가받겠다는 것도 용기다.

전슬기 경제부 기자 sgj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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