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원로배우 신영균씨가 남은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혀 화제가 됐다. 독실한 크리스천인 그는 그러면서 자신의 관 속에는 성경책 하나 함께 묻어 달라고 했다. 그는 이미 2010년 명보극장(명보아트홀)과 제주 신영영화박물관 등 500억원 규모의 사유재산을 한국영화 발전에 써 달라며 기탁했고 모교인 서울대에도 시가 100억원 상당의 대지를 발전기금으로 기부했다.

올해 아흔한 살인 그가 전 재산의 사회환원을 밝히면서 한 말은 “그저 남은 거 다 베풀고 가면서 인생을 아름답게 마무리하고 싶다”는 거였다. 그는 일제 강점기 신사참배를 거부하며 하나님에 대한 신앙을 지킨 고 주기철 목사 일대기를 다룬 영화 주연을 맡기도 했다. 일생을 신앙인답게 향기를 발하며 살다가 이 세상 끝자락에 다다라서는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은혜를 세상에 나누고 가겠다는 그의 숭고함에 숙연해진다.

반평생 넘게 살고 보니 가진 게 많든 적든 하나를 가지면 또 하나를 탐하는 게 보통 사람의 마음인 듯하다. 물질만능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은 특히 재물을 우상화하고 부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 맘모나스란 헬라어를 의인화한 맘몬(mammon)은 재물, 재물의 신을 뜻한다. 맘몬을 섬기는 건 하나님과 대립하는 것이다. 예수님은 “너희가 하나님과 재물을 겸하여 섬기지 못하느니라”(마태복음 6:24)라고 분명히 말씀하셨다.

무덤 속에 들어가면 모두 부질없는 것들인데 인간은 왜 물질에 집착하는가. 우물가의 사마리아 여인처럼 왜 ‘헛되고 헛된 것들’을 좇는 탐욕과 유혹의 굴레에서 헤어나지 못하는가. 자신은 어렵게 살아도 자식만큼은 물질적 풍요로움 속에서 더 많은 것을 누리기를 소망하는 동양적 가족관도 영향을 미쳤을 터다. 내면의 아름다움을 추구하기보다 끊임없이 남과 비교하며 더 넓은 집, 비싼 옷, 비싼 차를 과시하고 싶은 천민자본주의가 우리 속에 뿌리깊게 박힌 탓도 있다.

하지만 이 세상 모든 것은 창조주 하나님의 것이다. 우리는 잠시 맡아 관리하는 청지기일 뿐이다. 지난 8월 국민일보 크리스천리더스포럼에서 신앙간증을 한 강석창 소망글로벌·미네랄바이오 대표는 “기부란 용어는 너무 건방진 용어 같다”며 “기부라는 것은 내 걸 누구한테 주는 것인데 원래 내 것은 없었다. 하나님 거를 잠깐 맡았다가 하나님한테 드리는 건데 기부라는 용어는 적절치 않다”고 했다. 1990년대 ‘꽃을 든 남자’ 브랜드로 화장품업계에서 성공신화를 쓴 그는 “초대교회에서 모든 재산은 서로 나누는 것이었다”면서 “애초부터 모든 재산은 하나님의 것이지 나의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1988년 르망을 타고 가다 사고가 난 뒤 회장이 싼 차를 타지 말라며 준 1200만원을 차 사는 대신 그동안 모아놓은 1200만원과 합쳐 실로암안과에 기부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 20년간 120억원대 기부를 했다.

기부하는 사람들은 남다른 DNA가 있을까. 하나님은 소득의 십 분의 일을 십일조로 바치라고 했지만 이를 실천하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가질수록 더 움켜쥐는 게 장삼이사다. 2002년 대기업 사장을 인터뷰하러 간 적이 있다. 독실한 크리스천인 그가 무명으로 기부를 많이 한다는 제보를 받고서였다. 사장실에서 한 시간이나 인터뷰했지만 그는 휴대전화 얘기만 했다. 품질을 테스트하기 위해 세탁기에 넣고 돌린 일, 외국 바이어 앞에서 제품을 벽에 던져 견고함을 보여준 일 등 휴대전화 얘기를 할 때 그는 열정이 넘쳐났다. “기부를 많이 하신다던데요”라고 질문하면 “아, 그거 별거 아니에요” 하며 손사래를 치는 통에 정작 하려던 취재를 못하고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나오는 길에 비서실에서 자택 전화번호를 얻어 부인을 통해 취재했다. 부부가 TV 보다가 병원비가 없어 애태운다는 사연이 나오면 눈물을 훔치면서 몇 천만원을 무기명으로 보낸다. 어려운 시골교회에도 몇 백만원, 사할린이나 필리핀 등 어려운 지역에서 사역하는 선교사들에게도 몇 백만원, 청소년 수련원을 짓는 데 수억원을 척척 내놓는다. 정작 자신은 회사가 얻어준 잠원동의 20평 남짓한 비좁은 전셋집에서 수십 년 된 낡은 가구를 끼고 살다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한테 ‘궁상 떨지 말라’는 꾸지람까지 들었다. 애니콜 신화의 주역 이기태 전 삼성전자 부회장 얘기다.

성경은 “너희를 위하여 보물을 땅에 쌓아두지 말고 하늘에 쌓아두라”(마태복음 6:19~20)고 가르친다.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선한 일, 하나님께서 인정하시는 의로운 일을 하면서 천국의 상급을 받는 데 애쓰는 천국 부자가 돼야 한다.

종교국 부국장 mhe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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