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준비생 박모(24)씨는 최근 한 대형은행 서류전형을 앞두고 ‘현직 멘토링’을 받기로 결심했다. 이어 외국계 금융회사에 근무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한 멘토를 모바일 메신저 채팅방에서 만났다. 상대방은 채팅방에서 “30만원을 내면 원하는 곳에 합격할 때까지 자기소개서 첨삭과 모의면접 등을 돕겠다”고 제안했다. 박씨는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을 계좌이체로 건넸다.

하지만 멘토링은 실망스러웠다. 멘토가 ‘지난해 최종합격한 사람의 자소서니 참고하라’며 보내준 자소서는 알고 보니 취준생이 쓴 것이었다. 한 스터디룸에서 만나 진행한 모의면접은 지원 동기 등 간단한 질문만 연습하고 끝났다. 박씨와 함께 멘토링을 했던 취준생들은 돈을 돌려 달라고 요구했지만 오히려 멘토는 채팅방에서 일부를 퇴장시켰다. 박씨는 “현직 직원에게 힌트 하나라도 얻고 싶어 거금을 투자했지만 속만 상했다”며 울상을 지었다.

청년 취업난을 겪고 있는 취준생들에게 조언을 건네는 ‘취업 멘토링’이 일부 현직자의 부업으로 변질되고 있다. 무료로 도움을 주거나 기업을 퇴직한 뒤 법인을 세워 체계적인 멘토링을 해 주는 경우도 있지만 일부는 ‘현직 프리미엄’을 내세워 취준생에게 돈을 요구하고 있다. 취준생의 절박한 마음을 악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직 멘토링은 주로 메신저 채팅을 통해 이뤄진다. 멘토들은 누구나 들어올 수 있는 오픈 채팅방을 만들어 놓고 매일 아침 업계 이슈와 기사, 공채 일정을 무료로 제공한다. 멘토링에 관심을 보이는 취준생이 있으면 적게는 20~30명, 많게는 60여명을 모아 비공개 채팅방을 만들어 3개월 단위로 돈을 받고 자기소개서를 첨삭하거나 모의면접을 제공한다. 유튜브 등을 통해 강의를 진행하고 카페 등에 과제를 올리게 해 평가해주는 멘토도 있다. 은행 입사를 준비하는 김모(30)씨는 “취준생 대부분이 멘토링으로 전형을 준비하다 보니 이제는 ‘필수 준비과정’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멘토가 실제 관련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인지는 확인하기 어렵다. 28만원을 내고 멘토에게 지도를 받았던 보험업계 취준생 이모(25)씨는 “자신이 현직이라고 하니까 믿는 것이지, 어느 회사에서 근무하는지도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일부 멘토들은 정규직이 아닌 촉탁직 등으로 일하면서 신분을 숨기며 멘토 영업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취준생들 사이에선 이런 사례를 금융감독 당국에 신고하자는 움직임도 있었지만, 취업이 최우선이라는 생각에 이마저도 단념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서울 여의도와 을지로 등 금융권에서는 ‘알 사람들은 아는 부업’ 정도로 인식되는 분위기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현직자 입장에서는 사업자등록을 내지 않아도 현금이 모이니 3~5년차 현직자에게는 월급 외에도 현금을 모을 수 있는 ‘꿀 부업’이라는 이야기도 돈다”고 말했다. 한 증권사 인사팀 관계자는 “대부분 회사에서 입사 당시 겸업 금지 의무를 서약하게 하고 있다”면서 “영리행위가 발각될 경우에는 인사조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노동 전문가들은 취준생들이 사적 유료 멘토링에 피해 보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공공부문에서 더 다양한 분야의 구직 멘토링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김영민 청년유니온 사무처장은 “돈이 오가는 일종의 계약 과정에서 한쪽의 신분을 감추거나 허위로 광고하는 것 자체가 범죄의 영역”이라면서 “각 지방자치단체나 대학 등에서 멘토링을 충분하게 공급하는 정책적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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