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3분기에 소득 불평등 지표 개선됐다지만 文정부 이전과 비교하면 오히려 악화된 것
정책의 다른 축인 ‘노동 존중’이 ‘노조 존중’으로 편향되면서 일자리 정부의 성과 부진 초래
비정규직 95%는 중소기업 소속 노조 아닌 전체 근로자 위한
임금체계 개편 등 노동개혁 이제라도 서둘러야


통계청이 3개월마다 발표하는 가계동향조사 결과는 문재인정부의 소득주도성장(소주성) 정책의 효과를 판단하는 준거가 되어 왔다. 지난해에는 1분기 조사결과를 가지고 실직자와 자영업자를 뺀 근로자가구만을 대상으로 한 자체분석에 근거하여 “최저임금의 긍정적 효과가 90%”라고 청와대가 주장하여 논란을 자초하더니 통계청장이 경질까지 되었다. 올해 3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의 긍정적인 효과가 분명히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역시 많은 논란이 되고 있다.

가장 소득이 낮은 1분위 가구 월평균 소득이 전년 동기 대비 4.3% 늘어나고 소득 불평등 지표인 ‘5분위 배율’이 약간 줄어들어 소득 불평등이 조금 개선된 것은 사실이나 면밀히 살펴보면 소주성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2017년 3분기와 비교하면 1분위 소득은 3% 줄었고, 5분위 배율도 올해가 높아 정부 출범 이후 전체기간으로 보면 소득의 불평등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1분위의 경우 전체 소득이 증가하였으나 줄어든 근로소득을 공적연금 등 이전 소득이 보존하여 주었기 때문이다. 특히 1분위 근로소득의 일정 부분은 노인 일자리 사업 등 사실상 이전소득이라고 볼 수 있는 근로소득으로 만들어진 것이니 1분위 소득이 늘어나서 소주성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내세울 수는 없어 보인다.

일자리정부를 지향하였으니 일자리로 만들어진 소득격차 축소를 업적으로 내세우는 것이 맞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주52시간제 도입으로 촉발된 자영업자의 몰락은 3분기 가계동향조사에서도 확인된다. 전체 가구의 가계소득은 작년 4분기 이후 계속 줄어들고 있는데, 올해 3분기는 2003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폭인 4.9% 줄어들었다. 자영업자의 고용구조변화에서도 자영업자의 비명은 들린다. 올 8월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가 전년과 비교하여 11만6000명 줄었는데, 20년 전 IMF 위기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이다. 경직된 노동시장에서 일찍이 퇴출된 40, 50대들이 입지가 그만큼 좁아지고 있는 것이다.

일자리 정부의 일자리 성적은 ‘고용참사’에 가깝다. 지난달 취업자 수가 지난해 10월보다 40만명 이상 늘어나고 고용률은 상승하고 실업률은 하락하여 고용지표가 개선된 듯하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새로 늘어난 일자리의 거의 전부가 60대 이상 일자리인데, 상당수가 세금으로 만들어지는 아르바이트성 노인 일자리이다. 주36시간 미만으로 일하는 취업자가 늘어난 반면 주36시간 이상 일하는 취업자는 감소하였다. 특히 주 17시간 미만의 초단기 근로자가 34만명 정도 늘었다.

경제의 허리인 30, 40대 취업자가 각각 5만명, 14만6000명 줄어들어 30, 40대 일자리가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제조업 취업자도 8만명 이상 줄어들어 지난해 4월 이후 19개월 연속적으로 줄고 있다.

2008년, 2013년, 2017년, 2019년 각 연도 3월을 기준으로 이명박정부, 박근혜정부, 문재인정부의 연평균 일자리 창출은 각각 24만9000명, 42만7000명, 18만1000명이다. 대외 여건이 좋은 상황에서 출발한 이 정부가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었던 이명박정부, 메르스, 세월호, 국정농단 등으로 국정 운영이 어려웠던 박근혜정부에 비해 일자리 창출 성적이 시원치 않은 것은 소주성으로 대표되는 정책실패의 탓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인구 고령화는 예측 가능한 변수인데, 고령화를 고용참사의 변으로 삼는 것은 구차하다.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만들고,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고자 하였던 일자리 정부의 성과 부진은 정부의 다른 정책 축인 노동 존중이 노조 존중으로 편향됨으로써 일찍이 예견된 바이다. 우리나라 노동시장은 대기업·공공부문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단절되어 있다. 대기업·공공부문의 정규직이 고용이 안정되고 처우도 좋다. 대기업·공공부문의 비정규직 처우가 중소기업 정규직보다 좋다. 전체 근로자의 10%인 (주로 대기업 및 공공부문에 종사하는) 노조원, 노조만을 존중하는 정책으로 연봉 6000만원이 넘는 대기업 고졸 신입 직원이 최저임금의 적용대상이 되는 불합리한 시장구조가 더욱 악화되었고, 자영업자 중소기업의 숨통을 트게 하여 줄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화도 실현되지 못하였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정책에도 불구하고 민간으로 확산되지 못하고 우리나라 전체 비정규직 숫자가 오히려 늘어났고 결과적으로 그래도 사정이 나은 공공부문의 비정규직만 고용이 안정되고 처우가 약간 개선됐을 뿐이다. 우리나라 비정규직의 95%는 중소기업 종사자다. 노조가 아닌 전체 근로자를 존중하는 정책으로 선회하고 임금체계 개편 등 노동개혁을 지금이라도 시작해 성과를 내야한다. 그렇게 해야만 좋은 일자리가 많이 만들어지는 노동시장의 기반을 구축하였다는 평가를 문재인정부는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박영범(한성대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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