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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열며-남호철] 계족산 황톳길 작업반장


대전 계족산에 황톳길이 있다. 맥키스컴퍼니 조웅래 회장이 만들었다. 지방자치단체 도움을 받지 않고 사비를 들여 조성해 전국적 명소로 키웠다. 지금은 추워서 맨발로 걷지 못하지만 여름철에는 황토의 촉감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조 회장은 대전 출신이 아니다. 그의 고향은 경남 함안. 대전은 제2의 고향이다. 대기업에 근무하던 조 회장은 서른세 살 나이에 1인 기업 ‘700-5425’를 창업했다. 벨소리, 통화연결음 등의 서비스로 소비자 인지도 98%라는 브랜드 파워로 시장을 석권했다. 이후 2004년 충청 지역에 기반을 둔 지금의 회사를 인수했다.

계족산은 대전 대덕구와 동구에 걸쳐 있는 해발 423.6m의 야산이다. 산 중턱에 있는 순환임도의 모습이 닭의 발을 닮아 계족산이라 불린다. 계족산 장동산림욕장 입구부터 순환임도 둘레가 총 14.5㎞로 조성돼 있다. 조 회장은 우연한 기회에 맨발 체험을 한 뒤 2006년 계족산에 처음 황토를 깔았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 시작했지만 사람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민간기업에서 하는 만큼 이윤을 추구하기 위한 목적이 있을 것’이라거나 ‘보여주기 식 행사로 몇 년 하다가 그만둘 것’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었다.

하지만 낙담하지 않고 꾸준히 황토를 사다 깔기를 반복했다. 그의 노력에 사람들이 하나둘 찾아오기 시작했고 입소문을 타면서 연간 100만명 이상 찾는 대표 여행지가 됐다. 계족산 황톳길을 맨발로 체험한 사람들은 ‘좋다!’라는 표현을 많이 한다. 맨발로 황톳길을 걷는 것은 발 마사지와 산림욕은 기본이고, 우울증이나 불면증 치료에도 효과가 좋다. 황토의 붉은 색깔은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시각적 효과가 있어 말 그대로 멀티 테라피(복합요법)인 셈이다.

조 회장의 명함엔 ‘황톳길 작업반장’이란 직함이 들어 있다. 스스로 일주일에 4, 5일은 계족산 황톳길을 오르내린다. 황톳길을 직접 둘러본 뒤 정비작업 지시를 내린다. 매년 2000t에 달하는 황토를 깔고 연간 10억여원을 들여 관리한다. 매년 5월 계족산 황톳길을 맨발로 걷거나 달리는 마사이 마라톤은 2011년 이후 문화예술까지 어우러진 ‘계족산 맨발 축제’로 발전돼 올해 13회째를 맞이했다. 2005년까지 찾는 이가 별로 없었던 계족산은 건강과 문화예술, 축제의 결합으로 2008년과 2013년에는 한국관광공사 선정 ‘5월에 꼭 가봐야 할 여행지’가 됐고, 2010년에는 여행 전문기자들이 뽑은 ‘다시 찾고 싶은 여행지’에도 선정됐다. 2013년부터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한국관광 100선’에 3회 연속 선정돼 전국적인 관광지로 발돋움했다.

2012년부터 계족산 숲속에서 펼쳐지는 ‘뻔뻔(fun fun)한 클래식’은 대전·세종·충남의 문화 브랜드가 됐다. 매년 4월부터 10월까지 매주 토·일요일 오후 3시에 펼쳐진다. 누구나 부담 없이 3대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무료 공연이다. 아름드리 참나무숲으로 하늘을 가린 널찍한 공간에 소박한 무대와 함께 객석 공간을 들여놓았다. 피아노를 산으로 올려 2007년부터 숲속 음악회를 시작했다. 처음엔 국악과 양악이 어우러진 ‘뮤직앙상블’이라는 팀을 만들어 공연하다가 2012년부터는 맥키스 오페라공연단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피아노를 배로 옮겨 충남 서해안 5개 섬을 찾아다니는 ‘섬마을 힐링음악회’도 개최했다. 2011년 시작된 고3 수험생을 위한 ‘찾아가는 힐링멘토’ 프로그램을 통해 120여개 학교 10만여명 학생들에게 멘토링을 실시했다.

조 회장은 지난 19일 열린 ‘2019 한국메세나대회’ 시상식에서 경제·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문체부 장관상을 받았다. 대기업 총수들이 받아오던 상이 이례적으로 지역 중소기업 회장에게 주어졌다.

대전시는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을 ‘대전 방문의 해’로 정하고 다양한 즐길 거리, 볼거리, 먹거리를 준비하고 있다. 볼거리가 별로 없는 것으로 알려진 대전에 좋은 여행 콘텐츠로 자리매김한 계족산 황톳길이 더욱 빛을 발할 기회다.

남호철 여행전문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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