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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왕산 동쪽 자락에 위치한 서울맹학교는 우리나라 특수학교의 효시다. 1913년 서민 의료기관이던 제생원 산하에 맹아부가 신설되면서 그해 4월 맹학생 16명과 농아생 11명으로 첫 입학식이 개최됐다. 원래 독립문 부근인 서대문구 천연동에 위치했으나 1931년 현재의 종로구 신교동으로 이전했다.

해방 직후 6년제 초등교육을 실시하는 국립맹학교로 개칭했고, 47년 3년제 중학부가 세워졌다. 6·25전쟁 때 부산과 제주도로 내려갔다가 환도 이후 서울맹아학교로 이름이 바뀌었다. 59년 4월 서울맹학교와 서울농학교로 분리됐다.

서울맹학교 측에 따르면 100년이 넘는 역사 속에 배출된 졸업생은 5209명에 달한다. 유치원 531명, 초등학교 1121명, 중학교 1204명, 고등학교 1430명이고 이료재활전공 등 고교 졸업 후 과정 졸업생이 올해까지 923명이다. 지난 5월 시각장애인 최초로 대학 총장에 선출된 총신대 이재서(66) 박사,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였던 이익섭(2010년 별세) 박사도 이들 중 한 명이다. 조지 W 부시 정부 때인 2001년 백악관 국가장애위원회 정책차관보로 발탁돼 한인 출신 미 최고위직에 오른 강영우(2012년 별세) 박사가 이곳을 졸업했다. 17대 국회에서 시각장애인 출신 첫 국회의원이 된 정화원(71) 전 의원도 서울맹학교 고등부 7회 졸업생이다.

서울맹학교의 학부모들이 28일 국회를 찾아가 기자회견을 했다. 학교에서 500m가량 떨어진 청와대 앞에서 계속되고 있는 집회와 시위의 중단을 호소하기 위해서였다. 김경숙 학부모회장은 확성기 소리가 매일같이 학교까지 들려오는데 음성 프로그램으로 책을 읽어야 하는 학생들이 집중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밝혔다. 등하교 때나 이동할 때 갑자기 큰 집회 소음이 들려 놀란 학생들이 차도로 잘못 들어가는 등 위험한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청와대 주변에서는 오래전부터 야권이나 민원인들의 집회와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집회의 강도가 커지고 주장의 데시벨이 높아지고 있다. 집회를 여는 쪽도 주장하고픈 게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목소리가 크다고 설득력이 비례적으로 커지는 건 아니다. 소음에 예민할 수밖에 없는 시각장애 이웃의 사정을 배려하려는 따뜻한 마음씀씀이가 오히려 큰 박수를 받을 수 있고, 주장에 진심으로 귀 기울이도록 만들 수도 있다.

김의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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