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을 품은 아이들 <23>] 전신마취 수술만 10번 이상… “엄마, 힘들게 해 미안해요”

<23> 뇌병변 장애 앓는 여덟 살 세 쌍둥이

오혜찬·혜성·혜혁군(왼쪽부터)이 지난 9월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퇴원한 후 영화관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밀알복지재단 제공

대전의 한 재활전문병원 소아작업치료실. 지난 25일 찾은 이곳에 눈에 띄는 세 아이가 있었다. 얼굴과 체형, 바가지 모양의 헤어스타일, 동그란 반투명 안경까지 똑같은 여덟 살 세쌍둥이였다.

“우리 혜성이 한 걸음만 더 가볼까. 옳지. 한 걸음 더. 잘했네.” “이번엔 혜혁이. 혜혁이도 많이 늘었네. 그렇지. 좋아.”

아이들은 평균대 위에 그려진 발바닥 모양을 따라 한 걸음씩 내디디며 균형을 잡느라 안간힘을 썼다. 5cm 남짓한 높이의 평균대였지만 아이들의 몸짓은 위태로웠다. 치료사들은 아이들을 격려하며 한쪽 끝에 도달할 때마다 하이파이브를 했다.

평균대 옆에 누워있던 오혜찬군은 형 혜혁이와 동생 혜성이를 부러운 눈으로 바라봤다. 혜찬이는 독립보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발바닥에 오목하게 들어가 있어야 할 부분이 돌출된 뼈 때문에 볼록 튀어나와 있다. 슬개골이 자꾸 위로 올라와 무릎도 몸을 지탱해주지 못한다.

“우리 삼둥이는 임신 31주 만에 나란히 1.2kg으로 세상에 나왔어요. 엄마 품 대신 인큐베이터에 두 달 있다 나왔는데 일주일도 안 돼 다시 산소호흡기를 달아야 했지요. 우여곡절 끝에 퇴원했는데 발달이 느리더라고요. 다둥이라 그런 줄로만 알았는데….”

생후 15개월 만에 촬영한 삼둥이의 자기공명영상(MRI) 결과는 다른 아이들과 확연히 달랐다. 또렷한 8자 모양 대신 뇌수막에 물이 차 쭈글쭈글한 8자가 보였다. 뇌손상으로 인한 뇌병변장애. 삼둥이는 그렇게 똑같은 외모에 똑같은 장애를 안게 됐다.

건설회사에서 일하던 엄마 이현주(45)씨는 15년 다닌 회사를 그만뒀다. 삼둥이의 치료와 양육만으로도 24시간이 모자랐다. 삼둥이의 형과 누나에게 신경써주지 못한 미안함도 커졌다. 새벽부터 5남매의 아침을 준비하고 삼둥이를 데리고 복지관, 재활센터 등을 오가며 인지·언어·물리·작업·수중 치료를 받은 뒤 귀가해 살림을 챙기면 녹초가 됐다.

기초생활수급비와 양육수당, 장애수당으로 들어오는 돈은 140여만원. 재활치료에만 매달 100만원이 드는 삼둥이네 살림은 빠듯하기만 하다. 고관절에 핀을 박는 수술, 보톡스 치료 등으로 삼둥이가 동시에 수술대에 올라야 할 때면 목돈이 들었다. 재활치료비를 마련하려고 대출을 받았지만, 제때 이자를 내기도 쉽지 않다. 고단하지만 이씨가 버틸 수 있는 힘은 삼둥이에서 나온다.

“전신마취 하고 수술대에 오른 것만 10번이 넘어요. 지난해 3월 수술을 마친 혜찬이가 작은 목소리로 말하더라고요. ‘엄마, 미안해. 나 땜에 힘들지’라고. 힘이 불끈 솟았어요.”

힘을 낸 엄마 덕분인지 삼둥이는 지난해부터 눈에 띄게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혜찬이도 부쩍 인지능력이 좋아지고 자신감이 붙었다. 이씨는 “고등학생과 중학생이 된 첫째와 둘째가 삼둥이 밥도 챙기고 씻겨주는 든든한 지원군이 됐다”며 웃었다. 최근엔 부쩍 신앙에 대한 관심이 늘었다. 그는 하나님께 고백하듯 말했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진 자들아 내게 오라는 말씀을 듣는데 제게 하는 말씀 같더라고요. 우리 삼둥이가 장애라는 꼬리표 떼고 믿음으로 잘 성장했으면 좋겠는데, 우선 저부터 굳은 믿음을 가져야겠죠.”

대전=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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