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조성진(왼쪽) 부회장이 28일 서울 여의도 트윈타워 집무실에서 새 CEO에 선임된 권봉석 사장을 만나 축하 인사를 건네고 있다. 조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권 사장이 회사를 잘 이끌 수 있도록 기도하고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LG전자 제공

구광모 LG 회장이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취임 첫해 대규모 승진 인사에 이어 두 번째 해에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 교체는 고(故) 구본무 회장의 인사 스타일과 많이 닮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LG전자는 28일 대표이사인 조성진 부회장, 정도현 사장이 물러난다고 밝혔다. 후임에는 HE·MC사업본부장 권봉석 사장이 선임됐다. 만 63세인 조 부회장과 62세인 정 사장이 사퇴하고 56세인 권 사장이 신임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되면서 LG전자는 세대교체를 본격화하게 됐다. HE사업본부장은 박형세 부사장, MC사업본부장은 이연모 부사장, 한국영업본부장은 이상규 부사장이 새로 선임됐다.

43년간 LG전자에 몸담았던 조 부회장의 퇴진은 LG 내부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메시지를 강하게 준 것이다. 조 부회장은 LG전자에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LG전자에 입사한 조 부회장은 ‘세탁기 박사’로 명성을 날렸다. 세탁기 보급률이 낮던 시절부터 세탁기 연구에 매진해 LG전자 세탁기가 세계 톱클래스가 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세계 최초로 의류관리기 ‘스타일러’를 출시해 ‘신 가전’이라는 카테고리를 만들기도 했다. 2017년 LG전자 CEO로 취임한 이후에는 스마트폰 사업 파악을 위해 여러 대의 스마트폰을 직접 분해해보기도 했다.

조 부회장은 로봇, 인공지능(AI) 등 LG전자의 미래 먹거리는 자신보다 후배들이 더 잘 안다는 이유로 구 회장에게 사의를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스마트폰을 제외하면 올해 LG전자 실적이 지난해보다 좋았기 때문에 구 회장은 사퇴를 만류했으나 LG의 미래를 위해 용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조 부회장은 “한 회사에서 이렇게 오랜 기간을 다닌 것은 하나님의 은혜”라며 “은퇴조차 감사하고 행복하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로써 구 회장 취임 이후 2년 만에 LG전자, LG화학, LG디스플레이 등 LG 핵심 계열사 CEO가 교체됐다. LG는 지난해 CEO 및 사업본부장급 최고경영진 11명 교체에 이어 이번 연말 임원 인사에서 5명을 추가 교체하는 쇄신 인사를 단행했다. LG하우시스는 강계웅 부사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구본무 회장도 취임 첫해인 1995년 연말 인사에서 당시 사상 최대 규모 승진 인사를 단행했고, 이듬해에는 사장단 5명을 교체하며 세대교체를 통한 변화를 주문한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구 회장이 경영 수업을 받으면서 선친의 스타일을 배운 것으로 보인다”며 “급변하는 환경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해 경험이 많은 전문가를 내외부에서 영입한 점도 눈에 띈다”고 평가했다.

젊은 인재들을 발탁한 것도 이번 인사의 중요한 지점이다. LG는 올해 106명의 임원을 신규로 선임했고, 이 가운데 45세 이하가 21명이다. 최연소는 LG생활건강 헤어&바디케어 마케팅부문장을 맡은 심미진 상무로 1985년생이다. LG생활건강 오휘마케팅부문장 임이란 상무는 81년생으로 올해 38세다. LG 관계자는 “사업 리더에 젊은 인재를 지속적으로 발탁해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중장기적 관점에서 차세대 사업가를 육성하고, 새로운 시각에서 과감한 도전을 통해 빠른 혁신을 이뤄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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