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산부인과 검진을 받기 위해 난임 병원을 방문했다. 낮시간인데도 1층 대기실에 사람이 많았다. 2층도 마찬가지였다. 2층 대기실을 가득 메운 여자들은 대부분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회사에서 왔는지 정장 차림으로 온 여자도 여럿이었다. 나란히 앉아 있는 부부도 있었는데 양복 차림의 남편은 회사에서 잠시 시간을 내서 방문한 것처럼 보였다. 의자에 앉아 눈물을 흘리는 여자가 보였다. 검진 결과가 좋지 않았던 모양이다. 나는 앉을 곳이 없어서 선 채로 순서를 기다렸다. 이름이 호명된 후 간호사의 안내로 엘리베이터를 통해 위층으로 올라가 네 명의 여자들과 함께 순번을 기다렸다. 자궁난관조영술 촬영은 아프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에 잔뜩 겁을 집어먹은 상태였다. 나는 옆에 앉은 사람에게 말을 건넸다. “진통제 먹고 오셨어요? 엄청 아프다던데.” 나처럼 인터넷 검색을 하고 왔는지 그녀도 진통제를 먹고 왔다고 했다.

오른쪽에 앉은 여자는 놀라며 진통제를 먹어야 하느냐고, 몰랐다고 말했다. 왼쪽에 앉은 여자가 들어간 동안 나는 가슴을 졸였다. 밖으로 나온 그녀의 표정이 어둡지 않은 것을 확인한 다음에야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촬영을 마치고 1층으로 내려가 수납을 마친 다음 화장실에 들렀다. 안쪽 칸 안에서 누군가 전화 통화를 하고 있었다. “집에 일이 생겼다고 반차 내고 주사 맞으러 왔어. 다시 들어가 봐야 해. 오늘은 회사가 한가한 편이었는데 다음에는 어떻게 빠져나올지 모르겠어. 몇 번 더 맞아야 하는데.” 아마도 그녀는 시험관 시술을 위해 주사를 맞아야 하는 모양이었고 난임 병원에 다니는 것을 회사에 굳이 알리고 싶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녀가 화장실에서 나와 손을 씻는 중에 휴대폰 벨소리가 울렸다. “지금 들어가는 중이에요.” 그녀는 휴대폰을 귀에 댄 채로 성급히 화장실 밖으로 나갔다. 그 주사를 맞으면 굉장히 몸이 힘들다던데 그녀는 잠시 휴식을 취하지도 못하고 회사로 가야 하는 모양이었다. 화장실 밖으로 나오자 1층 대기실 의자에 앉아 있는 여자가 전화 통화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누군가에게 임신했다는 소식을 전하고 있었다. 희비가 교차하는 한낮의 난임 병원 풍경이었다.

김의경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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