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년 구세군 ‘후생원’이 키운 청년들, 자선냄비 종 울린다

어린시절부터 ‘동고동락’ 관악 연주자 김대명·이태영 씨

김대명씨(왼쪽)와 이태영씨가 29일 구세군 자선냄비 시종식이 열린 서울 종로구 광화문 북측광장 무대에서 종을 흔들고 있다. 송지수 인턴기자

기온이 영하 2도까지 떨어진 지난 29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광화문 북측광장. 우렁찬 구세군 브라스밴드의 관악 연주가 흘러나오자 추위에 고개를 숙이고 걷던 시민들도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뒤돌아봤다. 구세군복을 입은 청년들은 자랑스러운 눈빛으로 연주를 해나갔다. 그들 앞에 빨간색 구세군 자선냄비가 놓여 있었다. 거리 모금 시작을 알리는 연주였다.

구세군 자선냄비 시종식 브라스밴드 식전 공연에서 바리톤을 맡은 김대명(24)씨는 전국 관악 콩쿠르에서 수상을 여러 번 한 실력파 유포니움 연주자다. 그는 여섯 살 때부터 구세군 후생원에서 자라며 악기를 배웠다. 김씨는 시종식 행사가 가족 행사처럼 친근하게 느껴진다고 한다.

그는 어릴 적 공부에 소질이 없었다. 후생원 식구들은 그런 그를 혼내기보다 악기를 건넸다. 그는 유포니움을 함께 연주한 이태영(30)씨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이씨는 연습 준비를 잘 하지 않았던 어린 김씨를 때론 다그치고 때론 달래며 형처럼 이끌었다. 이씨는 국제무대에서도 수차례 수상한 국내 최고 유포니움 연주자 중 한 명이다.

구세군이 그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물었다. “제가 길을 잃을 때나 힘들 때나 구세군 식구들은 늘 제 곁에 있었어요.”

구세군 후생원 식구들은 그에게 가족이나 다름없었다. 김씨는 지금도 후생원을 찾아 자신의 어릴 적 모습과 닮은 아이들에게 무료로 악기 교습을 해주고 있다. 이씨에게서 받았던 사랑을 고스란히 동생들에게 전하는 셈이다. 그는 “내가 힘들 때 언제나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건 큰 축복”이라며 “춥고 지친 사람을 찾아 마음을 따스하게 만드는 음악인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김씨를 대견스레 바라보던 이씨가 말을 이었다. 겨울이면 이어지는 자선냄비를 향한 사람들의 정성이 지금의 자신이 있게 한 뿌리임을 느낀다고 했다. 이씨는 “하나님은 내가 지치고 힘들 때 쓰러지지 않게 도와주는 버팀목과 같은 분”이라며 “불우한 이웃에게 따스한 손길을 내미는 일은 내 삶의 목표이자 전부가 됐다”고 말했다.

올해로 101년째를 맞는 구세군 후생원은 수천 명 아이에게 가족이 돼주었다. 현재도 70여명의 아이들이 이곳에서 함께 생활하고 배우며 봉사하는 삶을 살고 있다. 겨울이면 이어지는 사람들의 나눔이 이들을 길러낸 것이다. 그리고 이들은 성인이 돼 김씨와 이씨처럼 또 다른 나눔의 삶을 만들어내고 있다.

구세군 자선냄비 시종식에 참석한 내빈들이 29일 무대에서 종을 흔들고 있다. 송지수 인턴기자

올해 시종식은 예년과 다른 두 가지 특색이 있었다. 매년 전보다 높은 목표 모금액을 설정해 왔지만 올해는 이를 설정하지 않았다. 임효민 구세군자선냄비본부 모금본부장은 “100원짜리 하나, 1000원짜리 한 장이라도 소중히 여기겠다는 구세군의 다짐을 표현한 것”이라며 “이웃을 향한 사랑의 마음이 하나둘 소중히 모여지길 소망한다”고 밝혔다.

서울의 자선냄비 포스트 100곳에는 스마트폰으로 기부가 가능한 ‘스마트 자선냄비’ 부스가 설치됐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네이버페이와 제로페이로 간단하게 원하는 액수를 기부할 수 있다.

시종식에는 사랑을 전하기 위한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어머니와 함께 행사장을 찾은 박서연(12)양은 “가족과 함께 자선냄비 모금 봉사 활동에 참여해왔는데 이렇게 큰 시종식 행사에 초대돼 더욱 뜻깊다”며 “거리 모금에 사람들이 많이 참여해 힘든 사람을 많이 도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종식을 찾은 박원순 서울시장은 “구세군 자선냄비 종소리를 시민들이 들으며 따뜻함과 배려 공감의 행복을 느꼈으면 한다”며 “최근 경제적으로 민생이 굉장히 어렵지만 사람들의 배려와 호의가 자선냄비를 가득 채우기를 바란다”고 했다.

시종식에서 롯데 그룹이 50억원 이상을 후원해 구세군으로부터 ‘플래티넘 쉴드’를 받았다.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를 탄 동호회 ‘레전드’ 회원들은 방한용품을 전국으로 나누기 위해 출발했다.

김필수 한국구세군 사령관은 “전국 353곳에서 오는 31일까지 자선냄비 사랑의 종소리가 울린다”며 “슬픔에 우는 여인이 있고 거리에 배고픈 아이가 있으며 가엾은 소녀가 거리를 방황하는 한 구세군은 끝까지 그들과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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