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사 A씨가 근무하던 복지시설은 직원들에게 주는 월급의 5~10%가량을 매달 후원금 명목으로 떼어 갔다. 강제 징수가 불합리하다고 생각한 A씨는 팀 동료들과 함께 후원금을 납부하지 않았다. 그러자 시설장은 “직원들이 싸가지가 없다”며 “후원금을 내지 않으면 휴가비와 명절 상여금, 성과급 등을 주지 않겠다”고 화를 냈다. A씨는 “복지시설이라고 해서 시설장 마음대로 운영해도 되느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요양원이나 쉼터, 재활센터 같은 사회복지시설에서 일하는 직원 4명 중 3명이 시설장의 ‘갑질’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직장갑질119와 공공상생연대기금은 1일 사회복지시설 내 부당한 처우와 괴롭힘을 고발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지난 10월 16일부터 한 달간 사회복지직 종사자 17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등을 바탕으로 작성됐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77.6%는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지난 10월 일반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같은 실태조사(23%)에 비해 3배 이상 높게 나온 것이다. 복지시설 종사자 4명 중 한 명은 실제 괴롭힘 등으로 인해 진료나 상담을 받았다고 했다.

조사에 따르면 복지시설 직원들의 ‘복지’는 대개 보장되지 않았다. 요양원에서 일하던 B씨는 교통사고를 당해 입원하는 동안 병가를 사용할 수 없었고 임금도 받지 못했다. B씨는 “요양원은 사용하지도 않은 연차휴가 신청서를 작성하게 해 연차를 쓴 것처럼 조작했다”고 말했다.

복지시설을 운영하는 종교법인 등 행사에 복지사들이 반강제적으로 동원되는 것은 대표적인 갑질 중 하나다. 응답자의 23.1%는 위탁기관과 복지시설 간 관계가 불명확해 위탁기관 행사에 동원되거나 종교를 강요받고 있다고 했다. A씨 사례처럼 후원금을 강제하는 경우도 흔하다. 직장갑질119 관계자는 “십일조처럼 월급의 일부를 가져가거나 주요 행사를 앞두고 갹출하는 시설이 많다”고 말했다.

부당한 인사 조치도 빈번하게 이뤄진다. 한 장애인 복지시설의 복지사 C씨는 상사 폭언을 견디다 못해 시설장에게 고충을 밝혔지만 되레 다른 기관으로 전보됐다. C씨가 이에 불복하자 시설장은 징계 해고를 내렸다. 직장갑질119는 “복지시설의 운영 책임이 각종 법인과 보건복지부, 지방자치단체로 분산돼 관리·감독이 부실하다. 시설장이 왕처럼 군림할 수 있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복지시설 종사자들은 갑질에 대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단체 관계자는 “복지사들은 봉사하는 직업이라는 이미지로 인해 희생을 강요당하고 있어 쉽게 문제 제기를 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사회복지법인 등에 대한 지도·감독의 주체를 일원화할 필요가 있다”며 “직장 내 괴롭힘 예방교육 시행 여부 등을 평가항목으로 추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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