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플렉스는 스크린을 다수 보유해 여러 편의 개봉 영화를 동시에 상영하는 영화관이다. 1963년 미국 캔자스시티에서 AMC 엔터테인먼트의 설립자인 스탠리 더우드가 단관 극장을 두 개의 스크린을 갖춘 극장으로 개조한 것이 시초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CJ제일제당이 외국 멀티플렉스 체인 사업자와 합작해 씨제이 골든 빌리지(CGV)를 설립한 후 1998년 4월 서울 광장동 테크노마트빌딩에 11개 스크린을 가진 복합상영관을 연 것이 시작이다. 멀티플렉스는 접근성이 뛰어난 데다 영화를 골라 볼 수 있고 첨단 시설에 다양한 부대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의 강점을 무기로 빠르게 세력을 확장했다. 요즘 대다수 관객들은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멀티플렉스를 통해 개봉 영화를 만나고 있다. 멀티플렉스는 영화 시장의 규모를 키우는 데 일조했지만 스크린 독점으로 영화 시장을 왜곡시키기도 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흥행 가능성이 높은 ‘대작’들을 집중 상영해 관객의 영화 선택권을 제한하는 일이 반복적으로 벌어지고 있어서다.

지난 4월 개봉해 전국에서 1393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한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영화는 개봉 첫 주 내내 80%안팎이 상영 점유율을 유지했다. 당시 전국에서 100편의 영화가 상영됐다면 80편이 이 영화였다는 말이다. 20개 스크린 가운데 17개에서 동시에 이 영화를 상영한 멀티플렉스도 있었다. 이러니 다른 영화를 보려는 관객들은 난감할 수밖에 없다. 스크린 독점 논란은 주로 할리우드 초대형 블록버스터들이 대상이지만 한국 영화도 예외가 아니다. 최근에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2’가 논란의 중심에 있다. 지난달 21일 개봉한 ‘겨울왕국2’는 11일 만에 858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는데 개봉 첫 주말 스크린 점유율이 88%로 전국 영화관의 스크린을 도배하다시피 했다.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특정 영화의 상영 비율을 제한하는 스크린 상한제 도입에 긍정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고 관련 법률이 의원 입법으로 발의됐지만 영화업계의 이해가 엇갈려 진척이 더디다. 이런 와중에 한 시민단체가 1일 ‘겨울왕국2’의 배급사를 독점금지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해 스크린 독점 논란은 법적 다툼으로 번졌다. 영화관과 소비자의 선택권 사이에서 검찰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궁금하다.

라동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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