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 ‘태움(초임 간호사 직장 내 괴롭힘)’ 피해 간호사 사망사건이 발생한 서울의료원이 재발방지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해당 사건 진상대책위원회의 핵심 권고사안인 ‘경영자·간호 관리자 징계’와 ‘인력충원’ 방안이 빠져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진상대책위는 “과거 조직정리 방안이 없고 앞으로의 혁신 방안도 부실하다”며 즉각 반발했다.

서울의료원 혁신위원회는 지난 1월 5일 벌어진 ‘고 서지윤 간호사 사망’ 관련 재발방지 대책을 2일 발표했다. 지난 9월 진상대책위가 발표한 34개 권고안을 실행가능한 형태로 개선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진상대책위는 “권고 이행안을 시행한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왜곡돼 있다”며 “대단히 유감”이라고 비판했다.

태움의 근본적 해결책인 인력충원 대책부터 아예 빠졌다. 서 간호사 사망사건 이전인 2017년부터 추진해오던 총 60명 인력증원 계획을 차질없이 추진하겠다는 데 그쳤다. 임금체계 역시 ‘추후 적절히 개편하겠다’는 말로 뭉갰다. 태움은 병원 내 간호인력이 부족해 신입 간호사가 고난도 격무에 시달리는 데서 생기는 부조리다. 병원측은 “여건이 되면 경력간호사를 최대 30명까지 추가 채용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고만 했다.

인적 쇄신도 없었다. 그동안 진상대책위는 ‘임원진 책임 및 인적쇄신, 간호관리자 인사처분 징계’를 권고해왔다. 병원측 혁신위는 “간호관리자 징계는 감사위원회 조사가 끝나고 추후 이뤄질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진상대책위는 “지금껏 뭐했느냐, 서 간호사 사건 당시 관리자들에게 당장 징계 이전의 전보 조처라도 하라”고 반발하고 있다. 단 김민기 의료원장은 자진 사의를 표명했다.

재발방지 대책이 조직개편에만 치중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서울의료원은 인사팀·노사협력팀을 신설하고 감사실의 비상임 감사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7명 이내 전담 인력을 둬 직장 내 괴롭힘 문제를 다루는 감정노동보호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도 했다. 지금껏 유명무실했던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이제부터는 활성화하겠다는 약속도 내놨다. 하지만 진상대책위는 “간호부원장제와 감사실 상임 감사제를 요구했는데 딴소리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껏 그런 각종 위원회가 제 역할을 못 해 문제가 생겼던 것”이라며 “효과도 검증 안 된 위원회를 신뢰할 수 없다”고 했다.

간호사들에게 직접 적용되는 내용은 정작 극소수였다. 내용은 평간호사 위주로 구성된 ‘근무표 개선위원회’를 만들고, 간호사들의 자리를 재배치한다는 수준에 그쳤다. 기약 없는 장기과제도 ‘지속적인 공공의료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끼워 넣었다. 임원, 노조, 전문가가 함께 중장기 발전을 논의하는 ‘비전 협의체’를 운영하겠다는 추상적인 계획뿐이었다.

한편 서울의료원은 서 간호사에 대해 ‘순직에 준하는 예우’를 추진하기로 했다. 아울러 추모비 설치를 검토하고 유족이 산재신청을 하면 적극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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