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정권 실세들을 겨냥한 검찰 수사가 이른바 ‘깜깜이’로 전환됐다. 형사사건에 관한 정보 공개 금지를 담은 법무부 규정이 1일부터 시행되면서 ‘밀실 수사’ ‘봐주기 수사’ 우려가 현실화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 무마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동부지검은 2일 형사사건 공개심의위원회를 열어 사건 공개 여부를 심의했다. 법무부 규정이 시행된 후 전국에서 처음 열린 회의여서 주목을 끌었다.

동부지검은 1시간30분가량 진행된 회의 후 “심의 결과는 대검찰청 형사사건 공개심의위 운영지침에 따라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냈다. 공개 여부를 다룬 심의 결과조차 공개 불가라는 뜻이다. 정규영 동부지검 전문공보관은 “앞으로 어느 범위까지 취재에 응할지 정했고 이 규정에 따라 공보할 것”이라면서도 그 범위가 무엇인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청와대 하명 수사 및 선거 개입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도 심의위 개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지검의 심의위 결과 역시 동부지검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권 실세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청와대 민정수석실 관계자들에 대한 줄소환이 예정된 수사가 진행되지만 정보 접근 자체가 차단되는 것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수사를 계기로 새로 시행된 법무부 규정은 사건 관계자의 실명 등 형사사건에 관한 모든 정보의 공개를 금지했다. 언론의 요청 등 국민에게 알릴 필요가 있으면 예외적으로 민간 위원이 참여하는 위원회에서 공개 여부와 범위를 결정토록 했다. 범죄의 급속한 확산이 우려되는 경우, 사건 관계자의 인권을 침해하는 오보가 나왔을 경우 등에 한해서만 수사 상황 일부를 공개할 수 있다.

이런 규정에 따라 기존에 수사를 지휘하는 차장검사가 겸임했던 공보 업무를 각 검찰청에 지정된 전문공보관이 맡고 있다. 공보관을 제외한 모든 검사와 수사관의 언론 접촉은 금지됐다. 일부 검사들은 휴대전화 통화 거절 메시지로 “공보업무 담당자에게 문의하시기 바랍니다”라는 문구를 저장했다고 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당장 지난 1일 하명 수사 의혹 참고인 조사 전 극단적 선택을 한 A수사관이 별건 수사를 당했는지, 청와대로부터 부당한 압력을 받았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 박세현 중앙지검 전문공보관은 이날 여러 의혹 제기에 “별건 수사로 A수사관을 압박한 사실이 전혀 없고, 적법절차에 따라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해명만 내놨다. 수사기관의 공보 자료 외에 내부 취재가 원천 봉쇄되면서 국민의 알권리, 언론의 감시 기능이 무력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황윤태 조민아 기자 trul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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