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국회 종료가 8일 앞으로 다가온 2일 국회 본회의장의 의원들 자리가 텅 비어 있다. 자유한국당의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신청에 더불어민주당이 강력 반발하면서 국회가 멈춰 있는 상태다. 여야의 극한 대치로 이날 정부 예산안의 법정 시한 내 처리도 무산됐다. 최종학 선임기자

자유한국당의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신청으로 촉발된 최악의 여야 대치 상황 속에서 내년도 예산안이 법정 처리 시한을 넘기게 됐다. 예산안 늑장 처리 ‘신기록’을 세우는 것을 넘어서 심사가 예년보다 더 졸속으로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내년도 예산안 처리가 2일 불발되면서 국회는 2015년 이후 5년 연속 예산안 처리의 법정시한을 지키지 못하게 됐다. 국회의 예산안 상습 늑장 처리를 막는다는 취지로 2014년 도입된 국회선진화법은 다음 회계연도 예산안 처리시한을 12월 2일로 못박고 있다. 하지만 2015년과 2016년에는 12월 3일, 2017년 12월 6일, 지난해 12월 8일로 점차 처리 시점이 늦어지고 있다.

정기국회 막바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정국 속에서 진행된 올해 예산안 심사는 일찍부터 그 과정이 험난했다. 여야는 지난달 말 예결위 소소(小小)위 구성과 운영 방식을 둘러싸고 갈등을 거듭했고, 지난달 28일 우여곡절 끝에 소소위를 대신하는 3당 간사단 협의체가 가동됐지만 이마저 하루 만에 한국당이 필리버스터라는 초강수를 꺼내들면서 난관에 부딪혔다.

3당 간사단 협의체는 예결위 활동 시한인 지난달 30일 밤까지 회의를 이어갔지만 결국 감액 심사도 제대로 마무리 짓지 못한 채 협의가 끝난 것으로 알려졌다. 예결위 관계자는 “1일 오후에도 여야 간사들이 회의하기로 했지만, 예산안이 필리버스터 문제 등과 연계되면서 모든 심사가 올스톱됐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올해 예산안 처리가 지난해(12월 8일)보다 늦어질 가능성이 높다.

더불어민주당(위 사진)과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2일 국회에서 각각 의원총회를 열고 국회 파행의 책임을 놓고 상대방을 규탄하고 있다. 양당의 대치로 내년도 예산안이 이날 법정 처리 시한을 지키지 못하게 됐다. 예산안 처리가 늦어진 것을 두고도 양당은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했다. 최종학 선임기자

이런 상황에서 여야는 이날 각자 기자회견을 열고 지각 처리에 대한 네 탓 공방을 벌였다. 한국당 예결위 간사인 이종배 의원을 비롯한 예결소위 위원들은 “더불어민주당은 내년도 예산안마저 정치적 공세 수단으로 이용해 심의를 거부했다. 집권당 스스로 내팽개치고 협의를 거부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민주당이 심의를 거부하는 배경에는 패스트트랙 법안을 통과시켜주는 조건으로 우호적인 정당과 의원의 지역구 예산을 적당히 챙겨주는 ‘짬짜미’ 수정안, 소위 뒷거래가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민주당 소속 예결소위 위원들은 “그동안 이런저런 핑계로 예산 심사의 발목을 잡은 것은 한국당”이라며 “3당 간사 간 협의체 구성을 두고 한국당이 자당 소속 예결위원장의 참여를 고집했고, 회의·속기록 공개 등 무리한 주장을 하며 수일간 심사를 지연시켰다”고 지적했다.

이후 예산안 심사가 재개된다고 해도, 패스트트랙 정국에 가려져 예년보다 심사가 더 졸속으로 진행될 가능성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많다. 3당 간사협의체는 현재 감액 심사대상인 492건 중 대부분 항목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한 상황으로, 예년보다 심사 속도가 많이 뒤처져 있다. 또 예산안 처리 법정 시한을 넘긴 상황에서는 심사 권한이 예결위에서 교섭단체 원내대표로 이관되기 때문에 예산안이 충분히 심사되지 않은 상황에서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를 함께 묶은 ‘빅딜’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매년 예결위 소속 의원들이나 당 지도부 의원 중심으로 수조원의 예산을 자신의 지역구 사업 예산 증액 등을 위해 쌈짓돈처럼 쓰는 행태도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이번에도 여야가 상임위 심사 단계에서 정부에 요구한 사업 증액 규모가 11조원이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재희 박재현 기자 j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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