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민들이 2일 도심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의회가 통과시킨 홍콩 인권 민주주의 법안(홍콩인권법)을 둘러싸고 미·중 충돌이 격화되고 있다. 홍콩 인권법을 ‘내정 간섭’이라고 비난해온 중국은 미국 군함의 홍콩 입항을 불허하는 보복 조치를 내놨다. 미국은 홍콩인권법을 근거로 통제 대상 기술이 홍콩을 거쳐 중국으로 넘어가는지 감시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1단계 합의’를 위해 막바지 협의가 진행 중인 미·중 무역협상도 홍콩 사태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이 당분간 미국 군함과 함재기의 홍콩 입항을 불허하기로 했고, 홍콩 시위와 관련해 입장을 냈던 일부 비정부기구(NGO)를 제재한다고 밝혔다. 화 대변인은 상황에 따라 필요한 추가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도 했다. 중국은 지난 8월에도 미국 군함의 홍콩 입항 요청을 거부한 바 있다. 화 대변인은 “미국이 홍콩인권법 제정을 강행한 것은 국제법과 국제관계의 기본 준칙을 위반하고 중국 내정에 간섭한 것”이라며 “홍콩과 중국 내정에 대한 모든 간섭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화 대변인은 또 일부 NGO가 홍콩 시위대의 폭력과 분열 활동을 부추기는 등 홍콩의 혼란에 중대한 책임이 있다면서 “마땅히 제재를 받아 합당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말했다. 제재 대상 NGO는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를 비롯해 프리덤하우스, 미국국가민주기금회, 미국국제사무민주협회, 미국국제공화연구소 등이다. 제재의 내용을 밝히지 않았지만 NGO 관계자들에 대한 비자 발급 거부 등이 예상된다.

화 대변인은 또 캐나다에서 체포된 지 1년이 된 화웨이의 최고재무책임자(CFO)인 멍완저우에 대해 “미국과 캐나다가 인도 조약을 남용해 중국 국민의 합법 권리를 엄중히 침해했다”며 즉각적인 석방을 요구했다.

반면 미국은 홍콩인권법을 근거로 홍콩을 거쳐 중국으로 들어가는 자국산 첨단기술 제품에 대한 감시를 강화할 것이라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감시 범위에는 중국의 사회 신용 시스템 및 신장 위구르족에 대한 대규모 감시 프로그램 관련 품목 등이 포함됐다.

헨리 가오 싱가포르 경영대학 교수는 “대중 감시 장비 등 관련 품목은 미국이 매우 우려하는 것들”이라고 말했다. 이 기술들은 인권 침해 우려가 있을 뿐 아니라 중국이 기술을 축적해 인공지능 분야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미국은 우려하고 있다. 베이징 소식통은 “홍콩인권법을 둘러싸고 미·중 갈등이 격화되면 미·중 무역협상에도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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