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청과 국회 앞에서 벌어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지지 집회, 광화문광장에서 정권 퇴진을 외친 태극기 집회 양쪽을 다 가 보았다. 정치 성향은 정반대지만 공통점이 있었다.

첫째, 양쪽 다 참석자들은 내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이웃들이었다. 한쪽 집회에 참여하신 분들은 반대쪽 집회에 가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분노가 가득하고 신경질적인 사람들, 나이가 많아 고집이 세거나 비뚤어진 사상을 가진 사람들이라고 여길지 모르겠지만, 직접 가 보니 양쪽 다 지극히 평범하고 착한 동네 사람들이었다. 소중한 휴일에 쉬고 싶은데도 나라를 걱정하고 잘못된 일이 바로 잡히기를 바라는 마음에 가족의 만류를 뿌리치고 제 발로 멀리서 찾아온 사람들이었다.

둘째, 신문 방송 보도는 믿지 않고 유튜브를 신뢰했다. 집회 무대 위에서 마이크를 잡은 사람들은 연신 자기네 편인 유튜브 채널을 소개하고 구독하고 알림까지 켜 놓으라고 강권했다. KBS JTBC 조선일보 한겨레 상관없이 신문도 방송도 거짓말만 한다고 비난하는 사회자의 코멘트는 광화문도 서초동도 똑같았다. 그 말만 녹음해서 틀면 광화문 집회인지 서초동 집회인지 구별할 수 없을 정도였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나라를 구해야 한다, 반대편 때문에 나라가 망한다’는 확신이 똑같았다. 상대방은 친일 기득권 세력이거나 주체사상을 고수하는 사상범이고, 자신들은 모진 억압의 피해자이자 나라를 지키는 마지막 보루라고 여겼다.

세 가지 질문이 생겼다. 첫째, 왜 평범한 이웃들이 서로 갈라져 극한대립을 하는가. 둘째, 왜 가짜뉴스 투성이인 유튜브 채널을 신문 방송보다 더 믿고 열광하는가. 셋째, 왜 자신들만이 나라를 구할 수 있다고 여기는가. 세 질문은 서로 이어져 있다. 자신 혹은 자기네 편이 부당하게 공격받고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했다는 생각이 이들을 광장에 나오게 했고, 그런 생각을 자극하고 부추기는 통로가 유튜브 채널들이었다.

양쪽의 주장에 조금씩 타당한 부분도 있었지만, 어느 쪽에도 전적으로 공감하기 어려웠다. 혼란스럽고 우려스러웠다. 나라가 이렇게 두 쪽이 나다시피 한 데에는 신문과 방송의 책임도 적지 않다. 솔직히 불신과 대결을 조장하는 편파적인 저널리즘은 기성 언론이 원조다. 그래도 다른 점이 있다. 언론이 의혹을 제기하고 진실 규명을 촉구하는 선에서 멈출 때 보수와 진보로 편이 나뉜 유튜브 채널들은 선을 넘었다. 자신들이 진실이라 여기는 스토리에 맞춰 사실을 재구성하고, 그 스토리에 들어맞지 않는 사실들은 무시하고, 입맛에 맞는 주장은 확인도 하지 않고 증폭한다. ‘다음 동영상’이나 ‘관련 재생목록’은 똑같은 이야기를 자극적으로 반복해 들려주며 확신을 심어준다. 신중함이나 성찰은 들어설 자리가 없다.

그 결과는 무엇인가. 자기네 편은 거센 탄압에 맞서 나라를 바로 세우려 애쓰는 영웅이라는 환상, 상대방은 진실을 숨기고 거짓을 부추겨 자신들의 이익만 도모한다는 환멸이다. 광장의 대형 스크린에 자기네 편이 등장하면 깃발을 흔들며 환호하고 눈물짓고, 반대편이 등장하면 나라를 망치고 있다고 분노한다. 상대방이 없어져야 이 나라가 산다고 절규하고 저주한다. 평범한 이웃 사람들이지만 한자리에 모여 내뿜는 열기는 종교집회 같았다. 그러고 보니 앞을 보고 앉아 똑같은 소리를 외치고 노래하고 얘기 듣고 웃다가 울다가 돈 내고 뿌듯해하는 광경은 종교의식과 닮았다.

종교는 사실 그런 것이 아니다. 환상과 환멸을 불어 넣고 주머니 속 돈을 꺼내라고 다그치는 것은 사이비다. 진짜 종교는 자신을 가장 깊은 곳까지 응시하고, 세상의 모순을 근본까지 직시하고, 구원의 길을 찾기 위해 신 앞에 겸손하게 엎드리게 만든다.

예수는 사람들의 열광과 환호에 취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을 찾는 이들이 많아질수록 그 곁을 떠났다. 밤늦게나 새벽 일찍 깨어 홀로 기도했다. 자신을 따르는 제자들에게도 환상을 심어주기보다 자신은 곧 죽으리라는 진실을 얘기했다. 자신을 죽이려는 이들조차도 꾸짖되 능멸하지 않았다. 십자가를 졌다. 벌거벗긴 채 매달린 수치 속에서도 기도했다.

“아버지 저들을 사하여 주옵소서 자기들이 하는 것을 알지 못함이니이다.”(누가복음 23장 34절)

김지방 미션영상부 차장 fatty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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