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플로리다주 선라이즈에서 열렸던 선거 유세에 참석해 지지자들을 향해 자신의 모자를 던지고 있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의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해 기습적인 관세 부과 재개를 선언했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자국 통화를 평가절하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에도 관세 부과 사실을 트위터로 알렸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미국과 대화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워싱턴의 외교소식통은 “통화·관세 정책을 주도하는 미국 재무부와 상무부도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는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부처 당국자들도 트위터를 통해 관세 부과 사실을 알고 뒤집어졌다는 얘기가 있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참모들과 상의 없이 독단적으로 관세 부과를 발표했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탄핵 조사를 거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돌출 행동이 더욱 심해지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방위비 분담금을 비롯해 한국과의 이슈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돌발적인 보복조치를 한국에 취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자국 통화에 대한 막대한 평가절하를 주도하고 있다”면서 “그것은 우리 농부들에게 좋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는 이들 나라에서 미국으로 운송되는 모든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를 복원할 것이며 이 조치는 즉시 효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조치는 대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양국의 통화 평가절하 정책으로 표밭인 농민과 제조업자들이 어려워졌다는 판단에 따라 관세 부과라는 무기를 들고 나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도 공격했다. 그는 “연준은 많은 나라들이 그들의 통화를 평가절하하는 방법으로 강한 달러를 이용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면서 “강한 달러는 우리 제조업자와 농민들이 상품을 공정하게 수출하는 것을 매우 어렵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이어 “연준은 금리를 더 낮추고 (통화정책을) 완화하라”고 촉구했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에 대한 관세 재개는 약 1년3개월 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3월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와 1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하고 행정명령에 서명했으나 미국은 지난해 8월 30일 한국과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에 대해 선별적인 면제를 허용했다. 그랬다가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에 대해 관세의 칼날을 다시 꺼낸 것이다.

‘브라질의 트럼프’로 불리며 트럼프 대통령과 특별한 유대 관계를 유지했던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으로선 뒤통수를 맞은 셈이 됐다. 그러나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조치가 보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대화 채널이 항상 열려 있다”면서 “필요하면 트럼프 대통령과 관세 부과 재개 결정에 관해 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르헨티나 정부도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에 대해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라면서도 “미 정부와 협상을 개시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즉흥적이고 예측불가능한 성정이 한국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상대국을 압박하기 위해 관세 정책에도 의도적으로 ‘미치광이 전략’(madman theory)을 쓰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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