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EPA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사진)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수사와 미국의 군사지원 간에 대가성은 없었다는 입장을 내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탄핵 위기로 몰아넣은 ‘우크라이나 스캔들’의 핵심 의혹을 부인한 것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트럼프 행정부의 대(對)우크라이나 군사지원 보류는 잘못된 결정이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결백이 입증됐다며 탄핵 철회를 촉구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과 프랑스 르몽드, 독일 슈피겔 등 주요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나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결코 ‘퀴드 프로 쿼(quid pro quo·대가성 거래)’를 염두에 두지 않았다”며 “그것은 내가 할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나는 미국 청문회장에서 제기된 비판들을 이해하지 못했다”며 “나는 우크라이나가 거지처럼 보이기를 바라지 않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 25일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의 부패 의혹을 수사하라고 종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우크라이나 정부를 압박하기 위해 2억5000만 달러 규모의 군사지원 계획을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화 내용을 들었던 백악관 직원들이 의회 청문회에 출석해 바이든 전 부통령 수사와 군사지원 사이에 대가성이 있었다고 폭로하면서 파문이 커졌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대가성 의혹을 부인하면서도 트럼프 행정부의 군사원조 보류 결정은 잘못된 것이었다고 비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당신들이 이해해야 할 점이 있다. 우리는 지금 (러시아와) 전쟁 중”이라며 “당신들이 우리의 전략적 동반자라면 이런 식으로 뭔가 주려던 것을 막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건 대가성이 아니라 공정성의 문제”라며 “이건 말하지 않아도 분명한 사실”이라고 부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부패한 나라’라고 깎아내린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원조를 중단한 이유가 우크라이나 정부가 부패했기 때문이지 바이든 전 부통령 수사와는 무관하다는 논리를 펼쳐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의 발언은 전 세계를 향한 신호다. 미국이 ‘우크라이나는 부패한 나라’라고 말하는 건 매우 곤란한 신호”라며 “말하기는 쉽지만 파장은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우리나라를 부패한 이미지로 그리지 말았으면 한다’고 언급했다”며 “그러려면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와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그들이 어떤 사람인지 보기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내 말을 들은 것 같다. 그는 회담에서 ‘알겠다. 당신은 젊고 새롭다’ 따위의 말을 해줬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인터뷰에서 유리한 내용만 골라내 제멋대로 해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속보가 나왔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사안과 정상 간 대화, 통화에서 아무런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다’고 방금 발표했다”며 “만약 극좌 민주당이 제정신이었으면 탄핵 소송은 종결됐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제정신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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