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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 여성-동양인 남성 로맨스에 ‘소수자 연대’ 담아

영화 ‘라스트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 시즌을 겨냥한 로맨스 영화는 거의 매해 나온다. 내용도 대동소이하다. 어쩌다 만난 남녀가 우연을 거듭하다 결국 사랑에 빠지는 식이다. 5일 개봉한 ‘라스트 크리스마스’(사진)도 그런 류에 속한다. 그런데 이 영화에는 다소 특별한 지점이 있다.

주인공은 영국 런던 외곽에 사는 가수 지망생 케이트(에밀리아 클라크). 친구도 없고, 연애도 못하고, 엄마(엠마 톰슨)에게 얹혀살고 있는 그는 마지못해 크리스마스 장식용품점에서 일한다. 반복된 일상에 지쳐가던 어느 날 인근 노숙자 센터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톰(헨리 골딩)을 만나고, 그에게 설렘을 느끼게 된다.

두 사람의 애정전선은 예상 가능하게 흐른다. 차분하고 안정적인 톰은 매번 좌절하고 낙담하는 케이트를 따뜻하게 위로하고 격려해준다. 사랑을 통해 상처를 극복하고 성장하는 서사가 낯설지 않다. 어찌 보면 빤하고 유치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폴 페이그 감독은 그러나 이 평이한 스토리 안에 남다른 주제의식을 담아낸다.

영화는 주류에서 소외된 ‘소수’들의 연대로 이뤄져 있다. 케이트는 유고슬라비아 이민자이고, 그의 절친 제나(리투 아리아)는 흑인이며, 그가 일하는 가게의 노처녀 사장(양자경)은 중국인이다. 물론 사회의 배타적인 시선을 피하긴 어렵다. 극 중 버스에서 모국어로 대화하는 이민자들을 향해 한 남성은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고 외친다.

그럼에도 영화는 아랑곳하지 않고 제 길을 간다. 혐오와 편견 없이 모두를 사랑하자고 말한다. 무엇보다 백인 여성과 동양인 남성의 사랑을 다뤘다는 점만으로 충분히 용기 있는 시도였다 할 만하다. 이런 설정이 가능했다는 건 할리우드 내 인종의 벽이 조금은 낮아졌다는 방증일 테다. 에밀리아 클라크가 직접 부른 캐럴 ‘라스트 크리스마스’는 연말 분위기를 한껏 돋운다. 103분. 12세가.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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