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 주한미군 주둔 여부와 관련해 “어느 쪽으로도 갈 수 있다”며 “한국은 방위비 분담을 더 공정하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내년 주한미군 주둔 비용 중 한국이 부담할 몫을 정하는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4차 회의를 앞두고 한국 정부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관련해 주한미군 철수 카드를 꺼낸 것은 처음이다. 10차 SMA의 유효기간이 연말이면 만료되지만, 이달 중 협상이 타결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영국 런던을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은 3일 주영 미국대사관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방위비 분담 문제에 관해 “현재 한국과 협상 중인데, 그들은 좀 더 공정하게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SMA 4차 회의 참석을 위해 미국 워싱턴을 방문한 정은보 방위비분담협상대사는 2일(현지시간) 덜레스국제공항에서 특파원들과 만나 “합리적으로 공평한 방위비 분담이 이뤄져야 한다”며 “앞으로 인내를 갖고 논의해 간다면 (한·미가) 서로 윈-윈(win-win)할 수 있는 결과를 만들어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SMA 틀에 변화가 없도록 하는 것이 우리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19일 서울에서 열린 3차 회의가 양측의 극명한 이견 때문에 파행으로 끝나면서 4차 회의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4차 회의는 3~4일 이틀간 열린다.

정 대사가 협상 테이블에 앉기도 전부터 원칙적인 입장을 강조한 것은 미국 측의 과도한 인상안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로 해석할 수 있다. 미국은 올해 분담금(1조389억원)보다 5배 이상 많은 47억 달러(약 5조5300억원)를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측은 3차 회의 때 올해보다 4% 인상하는 안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정 대사가 기존 SMA 틀을 강조한 것은 미국이 추가로 요구하는 역외훈련 비용, 미군의 한반도 순환배치 비용 등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정 대사는 연내 협상 타결 가능성에 대해 “연말까지는 타결되는 게 원칙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협상은 논의 과정에서 결과가 예상보다 좀 달리 나올 수도 있기 때문에 예단해 말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고 했다. 한·미 간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협상이 해를 넘겨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