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 밤(현지시간) 영국 런던 외곽에 위치한 스탠스테드 공항에 도착한 뒤 취재진을 바라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런던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7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전용기 에어포스원을 타고 영국을 방문했다. AFP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설정한 ‘연말 시한’이 다가오면서 북한과 미국 사이에 다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북·미 간 비핵화 합의를 지키라고 촉구하면서 대북 무력 사용 가능성을 내비쳤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로켓맨’이라고 부른 것도 북·미 군사적 긴장이 고조됐던 2017년 이후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6·12 1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에는 대북 무력 사용 언급을 자제해왔다. 북한이 방사포 발사 등 도발에 이어 ‘크리스마스 선물’까지 언급하며 압박하자 지지 않고 ‘강대강’으로 맞선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강력히 반발해 노골적인 대미 비난 메시지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2017년 이후 2년 만에 북·미 ‘말폭탄’ 싸움이 재연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 위원장은 지난 4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미국에 올 연말까지 새로운 협상 방법론을 가져오면 대화에 응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당시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북 제재 해제를 요구하다가 회담 결렬을 맞자 2개월 만에 전략을 바꾼 것이다. 이후 북한은 제재 해제에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완전히 철폐하기 전에는 비핵화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아울러 북한은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대북 적대시 정책의 일환이라고 규정하며 미국이 6·12 합의를 어기고 있다고 비난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훈련 중단을 합의했는데 이를 노골적으로 파기했다는 것이다. 북한은 그 대응 조치로서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초대형 방사포 시험발사를 연이어 실시하며 군사적 긴장을 조금씩 고조시켰다. 북한은 한·미 훈련과 F-35 스텔스 전투기 도입 등을 빌미삼아 남북 대화도 완전히 닫아걸었다.

동시에 북한은 미국과의 대화에 더 이상 매달리지 않겠다는 태도를 취했다. 지난 10월 북·미 양측은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와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를 수석대표로 하는 실무협상을 가졌다. 하지만 김 대사는 미국이 북한이 요구한 ‘새로운 계산법’을 들고 오지 않았다며 일방적으로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이후 북한은 북·미 대화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으며 도리어 여러 당국자를 내세워 대미 비난 성명을 잇달아 내놨다.

미국은 북한의 이런 태도 변화를 크게 개의치 않고 한동안 인내심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방사포 발사를 두고 “작은 미사일”이라고 평가절하하며 “합의 위반이 아니다”라고 언급하는 등 북한을 감싸는 태도를 취했다. 국무부 부장관에 지명된 비건 대표는 청문회에서 자신의 ‘카운터 파트’로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을 지목하며 북·미 비핵화 협상을 고위급으로 높이자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미국의 권유에도 북한이 태도를 바꿀 기색을 전혀 보이지 않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맞춰 강경 발언을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내년 대선 정국을 염두에 둔 측면도 있다.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북한에 약한 모습만 보인다면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기 어렵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김 위원장과 여전히 좋은 관계에 있음을 재차 강조하며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한다는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는 뜻을 밝혔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