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류허 중국 부총리(왼쪽).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단계 합의’ 담판이 진행 중인 미·중 무역협상에 홍콩 인권 민주주의 법안(홍콩인권법)이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 미·중 무역합의가 내년 말 열리는 대선 이후까지 미뤄질 수 있다며 무역갈등의 장기화 가능성도 시사했다.

홍콩인권법이 미 의회에서 통과된 후 중국은 보복조치로 미 군함의 홍콩 입항을 금지했고 이어 ‘블랙리스트’까지 거론하는 등 공세를 펴고 있다. 하지만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유럽 동맹국들에 ‘화웨이 배제’를 거듭 촉구하는 등 미국의 대중국 압박도 이어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홍콩인권법 서명이 중국과의 무역협상에 영향을 주느냐는 기자들 질문에 “(홍콩인권법 서명이 상황을) 더 나아지게 만들지는 않지만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은 언제나 협상하고 있다. 중국은 합의하길 원한다”고 덧붙였다. “더 나아지게 만들지는 않았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은 홍콩인권법이 무역협상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 영국 런던을 방문한 자리에서는 “나에게는 데드라인이 없다. 여러 측면에서 중국과의 합의를 선거 이후까지 기다리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지금 합의를 맺길 원한다”며 “합의가 올바른 것인지 지켜볼 것이다. 합의는 올바른 것이어야만 한다”고 말했다. 대선 국면을 앞두고 합의를 서두를 것이란 일각의 예측을 일축하고 더 급한 쪽은 중국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미국에서는 벌써부터 연내 1단계 무역합의가 무산되고, 오는 15일 156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15% 추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은 폭스비즈니스 인터뷰에서 “12월 15일이라는 시한이 있다. 그때까지 아무 일도 생기지 않으면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인상을 하겠다고 분명히 해왔다”고 경고했다. 그는 “소매업자들이 재고를 비축했기 때문에 추과 관세를 부과해도 크리스마스 시즌에 미치는 영향은 없을 것”이라며 “관세를 추가로 매겨야 한다면 매우 좋은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은 홍콩인권법 통과 후 미 군함의 홍콩 입항 금지 및 5개 미국 비정부기구(NGO) 제재 등 보복조치를 밝힌 데 이어 신장위구르자치구의 인권 문제를 놓고도 강력한 대응을 거론하고 나섰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트위터 계정에서 중국이 곧 미국 기업 등이 포함된 ‘신뢰할 수 없는 실체 명단’(블랙리스트)을 발표할 것이라고 소식통을 인용해 밝혔다. 신문은 미 의회에서 신장위구르 관련 법안이 통과되면 중국이 블랙리스트를 발표하고, 대중 강경파인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 등 미국 개인과 기업을 제재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한편 폼페이오 장관은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기고한 글에서 “유럽은 5G(차세대 이동통신)와 관련해 안보를 최우선에 둬야 한다. 유럽연합(EU)은 중요한 네트워크와 관련해 중국 회사들을 신뢰하지 말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한국 기업인 삼성이 그렇듯 에릭슨, 노키아 등도 고품질과 가격경쟁력을 갖춘 5G 장비들을 생산하고 있다”며 “이들 회사는 공정하게 경쟁하는 합법적인 상업 행위자들”이라고 치켜세웠다. 중국 기업 대신 삼성이나 에릭슨, 노키아의 제품을 구입하라고 권유한 셈이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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