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형호제’ 이유로 공직자 적폐 은폐하고 지방선거에 개입한 의혹은 文 정권의 권력형 범죄
경제 기력 잃어가는데 외교는 고립되고 안보는 불안…
나라다운 나라 만들랬더니 오로지 정권에 목숨 걸고 있기 때문


이쯤 되면 문재인 정권의 ‘나라다운 나라’에 대한 기대는 당분간 접는 것이 현명할 것 같다. 노심초사 속을 끓여봤자 부질없다고 마음을 고쳐먹는 사람들이 주변에서 늘어나고 있다. 자기들만이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 수 있다는 오만을 부리면서 실제로는 나라를 다운(down)시켜온 사례들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이어져 온 문 정권의 ‘내로남불’은 국민의 비위를 거스르긴 했어도 적폐청산의 대의에 의해 희석되곤 했지만, 결코 희석될 수 없는 권력형 비리들이 드러나고 있다. ‘호형호제’ 사이라는 이유로 인지된 공직자의 적폐를 단죄하기는커녕 은폐도 모자라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방식으로 보호하고 영전으로 지원한 것은 권력형 비리가 아니고 무엇인가. 공사 구분의 원칙을 저버리고 그와 나 구분의 술수로 공직사회와 형벌권을 흔들고 결국은 국민을 편 가르기함으로써 나라를 다운시키는 이 같은 일이 우렁찬 적폐청산의 나팔소리와 함께 진행되어 왔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거의 비슷한 시기에 시발된 청와대의 지방선거 개입 사건은 공사 구분은 물론 권한 범위도 외면한 권력형 범죄다. 아직은 정권 차원에서 부인하는 의혹 수준이지만 관련 사태의 급진전에 비추어볼 때 귀추는 분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도 ‘호형호제’가 등장하는 것은 앞의 사례와 같지만, 단순히 ‘호형’을 지원한 것이 아니라 상대방을 떨어뜨리기 위한 정치공작이 집권세력에 의해 자행되었다는 데서 문제의 심각성은 비할 바가 아니다. 잘 알려진 미국의 워터게이트 사건보다 훨씬 심각하다. 자기 당의 후보에 대한 지지성 발언만으로 국회에서 탄핵이 의결된 전례를 들며 ‘문재인 탄핵’이 재점화되는 상황으로까지 이어진 지금까지의 과정은 물론 앞으로의 과정 역시 나라를 다운시키는 과정이 될 것이기에 긴장을 늦출 수 없다.

필자가 구태여 이 사례들을 언급한 것은 정권 차원의 계산에 치중하여 인정할 것을 인정하지 않고 은폐와 회피, 더 나아가 거짓말을 일삼는 것이 얼마나 나라에 해가 되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주고 또 보여줄 사례들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터질 것으로 보이는 권력과 결탁한 특정 사업자에 대한 파격적 지원 같은 사건들보다는 단순명료한 사례들로서, 여기에서 보인 문 정권의 스탠스가 나라 전체를 다운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게 해준다.

우리 경제는 문 정권이 이탓저탓만 하며 정책 오류를 조금도 인정하지 않는 사이 거의 모든 면에서 하향(downward)의 길을 걸어 왔다. 올해 성장률을 2%로 넉넉하게 잡더라도 기간 중 GDP갭(실제성장률과 잠재성장률의 차이)이 마이너스 1.7%로 대폭 확대된 것으로 추계된다. 그나마 성장도 민간 부문의 활력이 크게 줄어들어 정부 부문에 70%나 의존되는 기형적인 모습으로 나타나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이는 재정의 적극적 역할로 호도할 사안이 아니다. 생산-투자-소비의 ‘트리플 마이너스’가 기록된 가운데 수출 부진마저 겹쳐 몇몇 전망 지표의 개선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나라 경제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재정 의존에는 명백한 한계가 있다는 것은 알면서도 짐짓 모른 체하기 쉬운 교훈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소득분배 상황도 말이 아니다. 중위소득의 50~150%에 해당하는 가구의 비율로 표시한 중산층 비율이 2013년에는 69.6%에 달했으나 지난해 61.5%에 이어 올해는 60%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5분위 배율이 보여주는 분배 상태도 악화일로를 걷다 올해 3분기에 전년 동기에 비해 약간 나아진 수치를 기록했다. 다른 것은 다 제쳐두고 이 수치만을 치켜세우며 한동안 언급조차 꺼렸던 ‘소득주도성장’을 다시 꺼내들고 국제 행사로 힘을 얻어 보려는 움직임은 자폐적 행위에 다름 아니다. 말도 안 되는, 즉 개념 자체가 논리적으로 성립되지 않는 소득주도성장을 정권 차원에서 다시 전면에 내세우면 기업은 물론 정부를 포함한 이 나라의 경제주체들은 뒤돌아 ‘경무대’(경제에 무지한 대통령)만 바라보며 망연자실을 되풀이하게 될 것이다.

우리 경제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거나 소득주도성장이 성공하고 있다는 대통령의 말에 공감하는 국민은 드물다. 우리 경제는 기력마저 잃어가고 있다. 기회의 평등은 물론 공정과 정의가 실현되고 있다고 믿는 사람은 도리어 소수다. ‘자주’와 ‘평화’를 운위하지만 외교는 고립되고 안보는 불안하다. 반일과 반미가 자주가 아니듯 굴종적인 대북 자세가 평화의 조건은 아니다. 이를 둘러싼 국론 분열은 이미 위험 수위에 달했고 심화된 사회 갈등은 적대적 진영 대립으로 고착화되고 있다.

이렇듯 문 정권 임기 반 동안 나라가 입은 내상과 외상은 너무나 크다. 그럼에도 이에 대한 그들의 성찰은 찾아볼 수 없다. 나라다운 나라 만들랬더니 나라를 다운시키고 있다. 우리는 나라에 살고 있는데 그들은 오로지 정권에 목숨 걸고 있기 때문이다.

김대환 인하대 명예교수·전 노동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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