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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열며-김재중] 주목받는 서울시 ‘주거권 보장’ 실험


한국감정원 등에 따르면 최근 7년간 도시근로자 월급이 11% 오르는 사이 서울 평균 집값은 44%나 상승했다. 정부는 서울의 부동산시장 과열이 진정되지 않자 지난 8~9월 서울에서 신고된 공동주택 거래 중 법 위반이 의심되는 실거래자 자금출처 등을 조사했다. 이 가운데 미성년자 A군(18)은 서울 서초구의 11억원짜리 아파트를 샀는데 전세 5억원을 끼고 6억원을 증여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6억원도 높은 세율(30%)을 피하기 위해 부모와 친족 등 6명이 1억원씩 쪼개서 증여하는 꼼수를 부렸다.

이처럼 부모를 잘 만나 가만히 앉아서 고가 아파트를 소유하고 ‘세테크’까지 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월세를 마련하기 위해 여러 개 아르바이트를 뛰는 청년들과 신혼집 마련할 돈이 부족해 좀 더 저렴한 집을 찾아 부동산 업소를 전전하는 신혼부부들이 있다. 이들은 내 집 마련은 고사하고 주거권마저 위협받고 있다. 청년들에겐 참으로 불평등한 현실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7월 출입기자단 만찬에서 “서울시민은 주거 불안 때문에 가장 큰 삶의 위협을 받고 있다”면서 시 정책 중 가장 중요한 것이 공적 주택 확대라고 강조한 바 있다. 그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서울시의 신혼부부 주거지원 확대 방안과 역세권 청년주택 혁신 방안이 최근 잇따라 발표됐다. 중앙정부도 시도해보지 못한 파격적인 내용이 담겼다.

서울시는 신혼부부와 청년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인 주거 문제 해결을 핵심 과제로 선정하고 내년부터 3년간 당초 계획보다 2조849억원 늘려 과감한 투자를 단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서울에서 매년 결혼하는 2쌍 중 1쌍은 ‘금융지원’ ‘임대주택 입주’ 중 하나의 혜택을 반드시 받도록 한다는 것이다. 특히 전월세 보증금을 최대 2억원까지 저리로 융자받는 금융지원의 경우 소득 기준을 부부 합산 8000만원 이하에서 1억원 이하로 완화하고 대상자 수도 올해보다 5500가구 많은 1만500가구로 늘렸다. 대출 이자 차액은 최대 3.0%까지 보전해준다. 임대주택 공급도 내년부터 현행 연간 1만7000호에서 2만5000호로 대폭 확대한다.

역세권 청년주택 혁신 방안은 민간 주택 임대료를 낮추고, 공적 주택 물량 공급을 늘리겠다는 게 골자다. 특히 SH공사 선매입형, 일부 분양형 등으로 사업 유형을 다양화해 임대주택의 70%를 임대료 시세 반값 이하로 공급하겠다는 게 서울시 구상이다.

일부에서는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하지만 주거 문제로 고민하는 청년들과 신혼부부들을 직접 만나 그들의 고충을 듣고 절박한 요구사항을 반영해 만든 정책이다. 남의 문제라면 쉽게 비판할 수 있겠지만 내 아들·딸이 청년·신혼부부 임대주택을 알아봐야 한다고 생각해보자. 취업도 어렵고 결혼도 어려워 ‘N포 세대’라고 불리는 이 시대 청년들의 주거비 부담을 줄여 그들이 취업 준비에 매진하고 결혼도 ‘감히’ 생각해볼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도와야 한다.

물론 서울시 대책 중에는 미흡한 부분도 있다. 신혼부부 범위에 사회적 합의가 안 된 사실혼 부부를 포함한 것과 신혼부부 임차보증금 지원에 자산 기준이 없는 점은 보완해야 한다. 특히 사실혼 관계는 정확한 통계가 없고 입증도 쉽지 않다. 역세권 청년주택도 여전히 고가 논란이 있고 당첨되기 어렵다는 불만이 많다.

하지만 큰 틀에서 볼 필요가 있다. 서울 집값이 계속 뛰고 있는 상황임을 감안해 청년과 신혼부부가 안심할 수 있도록 주거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서울시 정책이 주목받는 이유는 또 있다. 중앙정부가 새 정책을 시행하려 할 때 서울시를 테스트베드로 삼아 시범 실시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서울시의 신혼부부·청년 주거지원 정책이 효과를 내면 전국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여야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청년 표심을 잡기 위해 앞다퉈 정책을 발표하겠지만 정작 필요한 것은 구체적인 플랜과 실행 의지다. ‘부동산 불패신화’의 나라에서 주거 취약계층이 된 청년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서울시의 주거권 보장 실험이 성공하기를 바란다.

김재중 사회2부 선임기자 j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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