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화제가 된 ‘90년생이 온다’란 책이 있다. 지금까지 많은 젊은 세대 담론이 있었지만, 이 책은 오늘날 20대를 본격적으로 기술한 최초의 보고서라 아주 흥미롭게 읽었다. 정치권에서 벌써 86세대 퇴진론이 대두되는 상황에서, 지난 수십 년간 청춘 담론을 주도한 여러 세대론도 과거형이 되고 있다. 1990년대 신세대 문화 담론을 주도한 X세대는 70년대 출생자로 한국 문화계의 기득권이 된 지 오래다. 극심한 경쟁과 디지털 문화 세대인 소위 ‘88만원 세대’ 또는 ‘밀레니얼 세대’라 불린 80년대 출생자들도 어느새 불혹을 바라보고 있다.

‘이해하기 어렵다면 제대로 관찰하라’는 이 책의 표제어처럼 요즈음 20대 청년을 바라보며 기성세대는 많은 혼란을 경험한다. 필자 역시 직업상 지난 10여년간 이 새로운 세대를 지속해서 만나지만, 이들을 이해하기가 점점 어려워짐에 좌절을 느낄 때가 적잖다. 82년생인 저자는 이들의 언어생활부터 소비성향, 가치관까지 90년대생 청춘의 문화적 속성을 세심하게 들여다본다. 창의적 사고와 자유분방한 삶을 지향할 것 같은 선입견과는 달리, 이들 세대 대다수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는 현실적인 관찰로 책을 시작한다. 저자는 그 이유로 ‘꼰대’에 대한 지독한 거부감 때문이라고 말한다. 대한민국 어느 직장이나 있는 ‘꼰대’의 존재는 이들의 가치관과 충돌할 수 있으므로 속 편하고 안정적인 공무원을 선호하게 됐다는 것이다.

책이 기술한 이 신세대의 세 가지 특징은 줄임말로 대변되는 간단함, 재미 지향성, 솔직함이다. 저자는 이런 90년대 청춘이 이제 기존 조직 사회의 신입사원으로 들어오고, 시장에서는 유행을 이끄는 주요 소비자가 돼 우리 곁에 있다고 말한다. 이들은 자신에게 ‘꼰대질’하는 기성세대와 자신을 ‘호갱’으로 대하는 기업을 가차 없이 외면하고 배제한다. 저자는 이제 우리 사회가 이들의 잠재력을 끌어내는 실질적 길잡이와 새로운 마케팅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이제 주의를 기독교계로 돌려보자. 이 90년대생은 어쩔 수 없는 교회의 미래다. 이들의 문화적 특성을 고려해본다면 교회에 청년이 급격하게 줄어드는 현실이 충분히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오늘의 교회는 지나치게 설명적이다. 장황한 가르침으로 가치와 자기절제를 강조하는 경건 훈련, 솔직하지 못한 형식주의가 지배적이다. 교회에서 자란 우리의 착한 청년들은 세속적인 아이와는 다를 거라고 위안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만난 20대 기독청년 역시 이 책이 분석하는 90년대생의 속성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새로운 세대와 기성세대의 가치관에 대해 옳고 그름을 말하는 게 아니다. 오늘날 선교 담론과 방법론은 지역적 문화의 차이를 극복하는 이슈 못지않게 급변하는 시대적 속성이 매우 중요하다. 새 세대는 우리가 마주한 가장 시급한 선교지다. 이제 본격적인 교회의 체질 변화를 논의할 때가 됐음을 강조하고 싶다. 적어도 이런 담론을 외면하는 교회의 장래는 결코 밝을 수 없다.

기성 교회 목회자가 신세대를 감당하기는 쉽지 않다. 향유하는 문화가 다르고 언어가 다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꼰대’가 되기 쉽다. 삶을 대하는 사고와 감각에도 분명한 차이가 있다. 그렇기에 선교사가 현지인 지도자를 양성하듯, 교회는 90년대생 젊은 목회자를 적극적으로 세워야 한다. 교회 의사결정 과정에 이들을 적극적으로 참여시켜야 한다. 젊은이는 자신이 결정하지 않은 것엔 적극성을 띠지 않는다. 이들의 선택과 결정이 교회 공동체에 반영돼 청년이 만들어가고자 하는 새로운 교회로 탈바꿈되도록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열심히 살았던, 또 매우 스마트했던 앞선 세대 지도자가 만든 지금의 교계 상황은 생각보다 낙관적이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한목소리로 교회의 변화를 요청한다. 새로운 변화는 결국 이 새로운 세대가 주도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그렇게 교회에도 90년대생들이 오고 있다.

윤영훈(성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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