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 우즈(왼쪽)가 10월 28일 일본 지바현 인자이 아코디아 골프 나라시노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조조 챔피언십 최종 4라운드 16번 홀에서 티샷한 뒤 궤적을 살피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어니 엘스가 힘차게 티샷하는 모습. 2019 프레지던츠컵에서 우즈는 미국 대표팀, 엘스는 비유럽 세계연합을 각각 지휘하는 단장을 맡고 있다. AP뉴시스

힘센 어른 한 명과 아이 여럿이 대결하면 누가 이길까. 적어도 골프는 명확한 답을 갖고 있다. 미국과 비유럽 세계연합의 대항전인 프레지던츠컵을 보면 알 수 있다. 유럽을 제외하고 나머지 대륙으로 구성된 세계연합은 ‘골프 대국’ 미국과 12차례 싸워 단 한 번만 승리했다. 1998년 호주 멜버른 대회에서였다. 한 번의 무승부를 빼고 나머지 10차례 대회에서 모두 패배했다. 세계연합은 미국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그나마 미국을 견제할 수 있는 유럽은 프레지던츠컵에 참여하지 않는다. 미국과 유럽은 라이더컵(남자)·솔하임컵(여자)으로 별도의 대항전을 치르고 있다. 프레지던츠컵은 오직 미국으로만 설명되는 ‘슈퍼파워’와 이 동네 저 동네에서 몰려든 ‘언더독’들의 싸움으로 볼 수 있다. 이번에는 세계연합이 반격할까. 2019 프레지던츠컵이 오는 12일부터 나흘간 호주 로열 멜버른 골프클럽에서 펼쳐진다.

2020 도쿄올림픽 남자골프의 전초전

프레지던츠컵은 개최국 국가원수를 의장으로 두는 유일의 골프대회다. 개최국 대통령·총리는 대회에 직접 관여하지 않지만, 티샷의 순서를 결정하는 동전던지기나 개회를 선언하는 식으로 참여한다. 지금 옥중에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도 2015년 인천 대회에서 의장을 맡아 개막식에 참석했고 개회사를 낭독했다.

미국과 비유럽 세계연합의 골프 대항전인 프레지던츠컵은 1994년부터 격년으로 열려 올해 13회째를 맞게 된다. 한 번의 무승부를 제외하고 미국은 10차례, 세계연합은 1차례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사진은 필드에 놓인 트로피의 연출 사진. 프레지던츠컵 홈페이지 캡처

국가원수의 참여가 프레지던츠컵의 성격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상업적으로 가장 성공한 프로스포츠 중 하나면서 국가·단체의 규모보다 선수 개인의 능력을 중요시하는 골프가 유독 프레지던츠컵에서만은 다른 풍경을 펼쳐낸다. 필드에서 출전국의 국기가 나부끼고, 갤러리는 샷과 퍼트 사이사이에 국가를 부르며 응원한다. 유난스러운 미국 스포츠팬들은 성조기로 치장된 골프백을 보면서 애국심을 고취한다. 위원회를 구성하고 기업인을 위원장으로 추대해 상업성을 가미한 라이더컵·솔하임컵과 프레지던츠컵은 성격이 다르다. 상금과 초청료는 없다. 오직 국가대표의 명예만이 선수에게 주어지는 유일의 보상이다.

이번 대회는 2020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열리는 마지막 국가대항전이다. 1904년 미국 세인트루이스 대회 이후 한 세기를 넘겨 부활한 올림픽 골프에서 남자부 타이틀 홀더는 영국이다. 저스틴 로즈(영국)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남자 골프에서 금메달을 차지했다. 미국은 유럽에 빼앗긴 올림픽 판세를 가져올 ‘워밍업’으로, 세계연합은 두 강자의 틈을 비집고 이변을 그려낼 드라마의 서막으로 프레지던츠컵에 임하게 된다.


‘타도! 우즈’ 먼저 움직인 세계연합

미국과 세계연합은 각각 12명의 선수들로 구성됐다. 세계연합은 9개국의 ‘다국적군’으로 구성됐다. 호주에서 3명, 한국에서 2명, 일본·중국·대만·캐나다·멕시코·칠레·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에서 1명씩 합류했다. 한국에서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신인왕 임성재와 안병훈이 합류했다. 임성재는 단장 추천을 받았고, 안병훈은 부상으로 기권한 제이슨 데이(호주)의 자리를 대신 채웠다.

세계연합 단장은 남아공의 전설적인 골퍼 어니 엘스. 세계연합이 미국을 유일하게 꺾었던 1998년을 포함해 프레지던츠컵만 8차례 출전한 베테랑이다. 엘스는 인종도, 모국어도 다른 세계연합 선수단을 하나로 묶기 위해 대륙별로 1명씩의 부단장을 선임했다. 아시아에서 최경주(한국), 아프리카에서 트레버 이멀먼(남아공), 오세아니아에서 제프 오길비(호주), 미주에서 마이크 위어(캐나다)가 부단장을 맡았다. 단장·부단장은 모두 출전하지 않는다.

엘스는 미국의 막강한 힘도, 자칫 오합지졸로 전락할 수 있는 세계연합의 과제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먼저 움직였다. 5일 시드니 오스트레일리안 골프클럽에서 개막한 제104회 호주오픈으로 부단장들을 소집했다.

현역이기도 한 엘스, 최경주, 오길비, 위어는 물론, 세계연합 선수인 애덤 스콧, 캐머런 스미스, 마크 리슈먼(이상 호주), 판정쭝(대만), 루이스 우스투이젠(남아공), 아브라함 앤서(멕시코)는 모두 호주오픈에 출전했다. 엘스는 부단장·선수들과 의견을 미리 교환하고, 호주의 기후·시차를 점검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미국은 상대적으로 느긋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단장만 해도 PGA 투어 통산 82승으로 최다승 타이기록을 달성한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다. 그는 단장으로 선수단을 운영하면서 직접 경기에 출전한다. 저스틴 토머스, 게리 우들랜드, 브라이슨 디샘보, 리키 파울러 등 정상급 스타들도 미국 대표팀을 구성하고 있다. 세계 랭킹 1위 브룩스 켑카는 부상을 이유로 빠졌지만 미국의 전력에서 누수는 없다.

우즈는 호주오픈과 같은 날 카리브해 섬나라 바하마 알바니 골프장에서 개막한 히어로 월드 챌린지에 출전했다. 우즈 재단이 주최하는 대회다. 미국 대표팀 선수 5명도 우즈와 동행했다. 바하마에서 지구의 남반구를 가로지르는 장거리 여정을 선택할 정도로 우즈는 여유만만이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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