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은 하나님의 선물] 희망 품은 청소년 미혼모들, 이국땅 어린 영혼을 보듬다

<2부> 빌드업 생명존중문화 ⑭ 한부모 가정·빈곤 아동 돕는 ‘링커’

링커 대표인 이효천(앞줄 맨 왼쪽) 선교사가 지난 6월 ‘링커 해외봉사단’과 함께 캄보디아 철거민 캠프를 찾아 봉사한 뒤 봉사자들과 함께했다. 링커 제공

대표로 사역 이효천 선교사 인터뷰

국내 한부모가정과 해외 개발도상국 빈곤 아동을 돕는 사단법인 ‘링커’의 대표 이효천(30) 선교사. 부산 무지개교회 파송 선교사로 스무 살 때인 2008년부터 지금껏 청소년 미혼모의 지원과 자립에 힘쓰고 있다. 그는 나이 차이도 얼마 나지 않는 10대 미혼모를 위한 비영리법인 ‘위드맘 한부모가정지원센터’를 세우고, 이들을 친구처럼 격의 없이 도왔다.

미혼모와 동고동락한 지 올해로 11년째, 그간 이 선교사와 단체에 큰 변화가 생겼다. 도움받던 이들이 자발적으로 청소년 미혼모와 해외 빈곤 아동을 돕기로 나서면서 생긴 변화다. 창립 10주년을 맞은 지난해엔 대안학교를 세우고 해외 빈곤퇴치 사업에도 나서면서 단체명을 ‘링커’로 바꿨다. 링커는 하늘과 땅,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사람이란 의미다. 이제는 청소년 미혼모자의 생존을 넘어 ‘존엄성’을 논하는 그를 지난달 22일 경기도 안산의 본부에서 만났다.

어린 엄마도 평범한 행복이 필요해

이 선교사가 청소년 미혼모를 향해 ‘존엄성’이란 단어를 떠올린 건 재작년쯤부터다. 그의 도움으로 자립한 미혼모가 건 전화 한 통이 계기가 됐다. 보수가 나쁘지 않은 기업에 취업해 자립했음에도 ‘너무 힘들다’는 말을 반복하는 미혼모에게 그는 이렇게 말했다. “아기와 발을 동동 구르던 때를 생각해봐, 뭐가 힘드니. 지금은 나보다 돈도 더 많이 벌잖아.” 그러자 울먹이는 목소리로 이런 답이 돌아왔다. “돈 버는 게 다가 아니에요.”

이 선교사는 그동안 청소년 미혼모의 자립을 최우선으로 여기며 사역했다. 집도, 소득도 없는 어린 엄마가 아기를 키우려면 무엇보다 취업해 자립의 발판을 마련해야 했다. 그래서 바리스타 양성 과정 등 20개 수업으로 구성된 직업학교를 열었고 검정고시 준비도 지원했다.

힘든 과정을 거쳐 취업해 자립하고도 “돈이 다가 아니다”라는 미혼모의 말에 이 선교사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어린 생명을 위해 꿈은 버린 채 자립만을 목표로 사는 어린 엄마에 대한 안타까움도 밀려들었다. 한창 미래를 준비하고, 꾸미기에 관심 많을 나이지만 일찍 엄마가 됐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걸 포기해야 했다.

이 선교사는 이후 미혼모에게 청소년으로서, 여성으로서의 존엄성을 지켜주는 단체로 탈바꿈하리라 결심했다. 생명의 존엄성을 택하고 평범한 일상을 버린 청소년 미혼모에게 제 또래의 행복을 누리도록 돕고 싶었다. 이들에게 ‘꼭 하고 싶은 일이 뭐냐’고 물어보니 ‘교복을 입고 싶다’거나 ‘수학여행을 가고 싶다’는 답이 적지 않았다. 또래처럼 공부하고 생활할 공동체가 필요했다.

미혼모, 나눔으로 성장하다

그는 미혼모의 목소리를 반영해 2년 전부터 강원도 철원, 제주도 등으로 수학여행을 다니고 있다. 지난해 3월엔 청소년 미혼모를 위한 ‘해아리 대안학교’를 세웠다. 과목도 이전과는 사뭇 다르게 구성했다. 부모 교육, 성경공부, 독서모임, 실용음악, 헬스 등이다. 독서모임에서는 ‘페미니스트 운동’을 다룬 책을 읽고 토론한다. 비교적 어린 나이에 사회로 진출하는 이들이 불필요한 차별을 받지 않도록 돕기 위해서다.

미혼모가 직접 캄보디아 태국 우간다의 빈곤 지역을 방문해 펼치는 해외 봉사활동도 지난해 시작했다. 일명 ‘쓰레기 마을’로 불리는 캄보디아의 빈곤 지역을 방문했는데 이를 계기로 어린 엄마들의 마음에 나눔의 열정이 생겼다. 십시일반 돈을 모아 태양열 가로등과 정수기 설치 비용을 현지에 보냈고, 태국엔 고아원을 세웠다. ‘링커 해외봉사단’이란 이름으로 7회째 진행한 이 행사엔 매회 지역 교회 청년부가 동참한다. 교회가 미혼모에 대한 심리적 거리를 좁히고, 해당 지역도 꾸준히 지원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그의 바람대로 지역 교회는 해외봉사단에서 만난 미혼모에 마음을 열고 환영했다. 교회의 환대를 받은 이들은 공동체에 녹아들어 꾸준히 신앙생활 중이다. 이 선교사는 “지난번 해외봉사로 주님을 만난 어린 엄마가 2명이나 된다. 세례를 받는 이들도 꾸준히 늘고 있다”며 “선교사로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고 말했다.

교회, 생명 택한 엄마 위로하길

지금껏 링커의 도움을 받은 미혼모는 2500여명이다. 2009년 이후 경기도 인천 부산의 52가정에 긴급 주거 지원을 펼쳤다. 지난해 말부터 안산시 자활센터와 협력해 운영하는 공동생활가정 ‘올리브(ALL LIVE) 하우스’엔 5가정이 지낸다.

햇수가 지나며 후원자도 늘고 지원 대상과 활동 영역이 확장됐지만, 어려운 점도 적지 않다. 최근엔 함께하던 미혼모의 자녀가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난 게 가장 힘들었다. 병원비 4000여만 원을 구하기 위해 이 선교사의 결혼반지를 팔았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이를 접한 해아리대안학교 홍보대사인 가수 백지영의 후원으로 병원비를 충당했으나 아이는 결국 천국으로 떠났다. 그는 “미혼모가정에 큰돈이 드는 특수 상황이 생기면 손쓸 방법이 없다”며 “절벽 끝에 다다른 이들에게 손 내미는 기독교인이 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선교사는 오는 크리스마스에 함께하는 미혼모와 함께 전 남자친구의 폭행으로 앞니 두 개를 잃은 한 미혼모에게 임플란트 치료를 선물한다. 평소 잘 웃지 않고 일자리도 구하지 못한 미혼모가 이번 선물로 자신감과 자립심을 갖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그는 “청소년 미혼모는 위기 청소년이 아닌 누구보다 좋은 엄마가 되고 싶어 생명을 택한 이들”이라며 “한국교회가 이런 시각으로 미혼모를 바라보며 생명을 지키고 돌보는 일에 앞장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산=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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