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전통 돌집은 돌담과 함께 제주도를 상징하는 아이콘의 하나다. 돌집은 제주도 현무암으로 직사각형 벽을 두른 뒤 새라는 풀로 지붕을 덮은 초가다. 가운데에 마루를 두고 좌우에 방과 정지(부엌)를 두는 것이 가장 간소한 구조다. 규모가 커지면 방 뒤쪽에 곡식과 장류, 잡다한 살림살이를 저장하는 작은 고팡(고방), 구들에 불을 때는 아궁이와 그 언저리 낮은 통로인 굴목, 굴목으로 생긴 공간 위에 방 쪽으로 벽장을 배치한다. 음식은 구들에 불을 때는 아궁이에서 하지 않고 정지 벽면에 돌을 놓고 솥을 걸어 했다. 연기는 정지 작은 창으로 내보냈을 뿐 제주도 전통 돌집에 굴뚝은 없다.

돌벽은 30㎝ 내외의 현무암을 돌담 쌓듯 차곡차곡 포개 올리고 그사이를 진흙으로 메웠다. 돌을 생긴 대로 쌓기도 하고 각지게 다듬어 쌓기도 한다. 돌을 다듬으려면 공기가 길어지고 석공의 노임이 많이 든다. 석공의 노임은 예나 지금이나 고임금으로 돈 많은 사람의 집 벽은 돌이 반듯하고 가난한 사람은 투박하다. 돌 틈은 흙으로 메웠다. 내부는 흙으로 미장을 해 고르게 바르고 그 위에 종이를 붙여 흙벽에서 나오는 먼지를 막았다. 시멘트를 사용하기 시작하며 돌 틈을 메우던 흙은 시멘트로 대체됐다.

제주 현무암은 화산이 분출되며 용암에 있던 가스가 미처 공기 중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그대로 식어 돌 속에 수많은 작은 공기 방울을 남겼다. 이 공기 방울은 현무암을 건축자재로 썼을 때 단열 효과를 낸다. 옛 제주 사람들은 이 현무암 덕에 특별한 단열재 없이 돌벽만으로 겨울을 견뎠다.

초가의 지붕은 제주도 산과 들에 흔히 자라는 새라는 풀을 사용했다. 띠라고도 하는 새는 길이가 볏짚만 하고 억새보다 가늘지만 억새만큼 질겨 지붕을 덮는 건축자재로는 그만이다. 제주도에는 벼농사가 없어 짚이 없다. 새로 이엉을 엮어 지붕을 덮은 뒤 새끼줄로 그물처럼 촘촘히 당겨 묶는다. 바람이 많은 제주도 환경에 견디기 위해 만들어진 기법이다. 전통가옥의 지붕은 낮고 지붕의 경사도 육지의 그것보다 완만하다. 이것도 바람 때문이다. 지금은 슬레이트로 모두 바뀌어 초가지붕은 민속촌에나 가야 볼 수 있다.

혹시 기억할지 모르겠는데 이상윤과 김하늘이 나온 TV드라마 ‘공항 가는 길’에서 이상윤이 어머니의 공예품을 전시하며 작업실로 쓰던 제주도 바닷가 돌집은 시멘트로 틈을 메우고 슬레이트로 지붕을 얹은 집이다. 성산읍 오조리 포구의 배와 해녀들이 사용하던 물품을 보관하던 창고였다. 성산일출봉 전체가 한눈에 들어오는 멋진 조망 때문에 보는 이마다 한 번쯤 저런 돌집에서 살고 싶다는 마음으로 설레게 했다. 게다가 김하늘이 그곳에 앉아 있지 않았나.

이런 제주도 돌집이 지금은 구하기 어려운 귀한 몸이 됐다. 돌벽은 그대로 살리고 내부를 개조하는 리모델링이 선풍적 인기를 끌면서다. 내부는 단열재로 둘러 벽을 새로 만들고 낮은 천장은 조금 높인다. 내부의 방 사이 벽은 헐어내고 화장실과 주방을 현대식으로 개조한다. 전통 돌집의 규모는 대부분 작아 스몰하우스를 즐길 준비가 된 사람들이 좋아한다.

요즘도 육지에 사는 친구들이나 우리 집 카페 하도리안을 찾아오는 손님들이 종종 묻는다. 바닷가 돌집을 살 수 없냐고. 나는 대답한다. “너한테는 차례가 오지 않아요.” 이미 새 주인이 들어 고쳐 살고 있거나 버려진 집처럼 보이는 돌집도 이미 육지 사람들 손에 다 들어간 것들이다.

박두호 전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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