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올해 안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을 수 있을까. 북한은 최근 리태성 외무성 미국 담당 부상 명의의 담화에서 “이제 남은 것은 미국의 선택이며 다가오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무엇으로 선정하는가는 전적으로 미국의 결심에 달려 있다”고 발표했다. 물론 미국이 받고 싶은 선물을 고르라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미국이 먼저 선물을 내놓으라’는 뜻이다. 리 부상은 담화에서 “지속적이며 실질적인 대화 타령”을 멈추라고 했다. 북한은 미국이 선물을 받기 위해 해야 할 ‘착한 일’도 이미 여러 차례 설명했다. 대북 제재 완화에 초점이 맞춰졌던 과거와 달리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지를 비롯한 대북 적대시 정책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북한은 자신들이 줄 선물은 없다는 투였다. “우리는 지금까지 최대의 인내력을 발휘하여 우리가 선제적으로 취한 중대조치들을 깨지 않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였다”는 리 부상의 담화에 이런 의도가 드러나 있다. 지난해 6월 1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중지했으니 미국이 합당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주장이다. 북한은 지난 2월 2차 북·미 정상회담 테이블에 들고 나갔던 영변 핵시설 폐기와 같은 협상 카드도 제시하지 않았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밑지는 장사를 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아무리 트럼프 대통령이 친구라고 부르는 김 위원장이라 해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가까운 사이에서도 얼마나 손익계산에 밝은지 엿볼 수 있는 사례는 많다. 그중 하나는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11월 방한해 경기도 평택의 주한미군 기지 험프리스를 찾아갔을 때였다. 그의 험프리스 방문은 한국 정부가 요청해서 이뤄진 일정이었다. 으리으리한 험프리스 기지를 보여주면 ‘부자 나라’의 방위비 분담금을 무조건 올려야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이 좀 바뀌지 않겠느냐는 포석이 깔려 있었다. 한국 정부는 기지 건설비용 107억 달러 중 92%를 부담했다. 당시 건설비용을 포함한 기지 현황을 보고받은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했으면 더 싸게 했을 텐데”라고 말했다고 한다. 부동산 사업가였던 트럼프 대통령 자신이 직접 험프리스 기지 공사를 수주했다면 비용을 낮출 수 있었다는 조크였다. ‘한국의 기여에 감사하다’는 답변을 기대했던 한국 정부의 험프리스 전략은 결과적으로 실패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한국 정부와의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500% 증액 요구를 밀어붙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위원장은 66년간 군사동맹을 맺어온 한국 정부와의 협상에서도 미국의 금전적 이익을 최우선시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거래를 하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소추안 표결을 크리스마스 전에 진행하려는 민주당의 공세에 직면한 미국 내 정치 상황도 맞물려 있다. 만약 크리스마스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선물을 주지 않는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집권 이후 처음으로 백두산에 백마를 타고 오르는 모습을 올해에만 두 번 보여준 김 위원장이 무슨 일을 벌일지 예측하기는 어렵다. 두 번째 백두산 등정에는 북한군 간부들이 동원됐다는 점도 심상치 않아 보인다. 북한군 서열 2위인 박정천 총참모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군사력을 쓸 수도 있다고 말한 바로 다음 날인 지난 4일 담화를 통해 “우리 무력의 최고사령관(김 위원장)도 이 소식을 매우 불쾌하게 접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백두산 등정에 뒤따랐던 박 총참모장은 “무력을 사용하는 것은 미국만이 가지고 있는 특권이 아니다”라며 “무력을 사용하는 일은 미국에 있어서 매우 끔찍한 일이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다만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을 ‘미국 대통령’이라고 비교적 예의를 갖춰 부르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도 김 위원장과의 신뢰 관계를 강조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연말까지 기다려본 뒤 답례품으로 신년 선물을 쏘는 시나리오를 준비할 수도 있다.

김경택 정치부 차장 pty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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