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앨범은 이를테면 인간 신효섭의 ‘젊은 날의 초상’이에요. 제 청춘을 담은 소중한 음반으로 기억됐으면 좋겠습니다.”

가수 크러쉬(본명 신효섭·27·사진)는 5년 반 만에 발매한 자신의 정규 2집 ‘프롬 미드나잇 투 선라이즈’를 두고 이런 바람을 전했다. 앨범 발매 당일인 지난 5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앨범 준비에만 3년을 들였다”며 “사운드와 완성도 측면에서 후회가 없다”고 자신했다.

앨범에는 더블 타이틀곡인 ‘얼론(Alone)’과 ‘위드 유(With You)’ 등 총 열두 트랙이 수록됐다. 제목이 암시하다시피 12곡이 어스레한 저녁부터(‘Sunset’) 일어나는(‘Wake Up’) 시간까지 하나의 스토리텔링을 이룬다는 게 독특하다. 딘과 자이언티 등 평소 절친한 동료들이 피처링에 두루 참여했다.

해가 지고 뜨는 과정은 삶의 은유로도 보인다. 크러쉬는 “3년 전 새벽에 반려견과 한강에 산책하러 나갔는데, 동쪽은 해가 떠 있었지만, 서쪽은 아직 깜깜한 밤이었다”며 “그때 ‘내 인생은 어디쯤 와있는가’란 성찰을 하게 됐고, 그게 앨범의 시작이 됐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2년 전 공황장애를 앓기도 했는데, 힘든 시기를 늘 음악으로 치유했다”며 “전 곡에 그런 ‘위로’를 담았다”고 강조했다.

트렌디한 알앤비 사운드에 얹은 감미로운 음색이 크러쉬의 특장점으로 꼽힌다. “인생 제2막을 여는 작품”이라는 그의 말처럼 이번 앨범은 한층 넓어진 음악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가령 ‘얼론’은 90년대 알앤비를 연상시키는 구성과 멜로디 라인이 돋보인다. 크러쉬는 “2014년에 낸 1집에 큰 음악적 욕심이 배어있었다면, 이번엔 최소한의 악기 구성을 바탕으로 목소리와 가사를 전하는 데 집중하고 싶었다”며 “힘을 빼는 과정을 통해 뮤지션으로서 성장의 힌트를 얻었다”고 전했다.

지난 7월 6년간 몸담았던 아베마 컬쳐에서 나와 가수 싸이가 설립한 피네이션에 새 둥지를 튼 크러쉬는 내로라하는 가요계 음원 강자로 꼽힌다. ‘우아해’ ‘잊어버리지마’ 등 발표곡마다 주요 음원차트 정상을 휩쓴 크러쉬는 최근 가요계 사재기 논란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진실 되게 음악 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은데, 이런 일이 생겨난다는 게 안타깝다”고 했다.

그렇다면 그가 꿈꾸는 가수의 모습은 무엇일까. “힘 닿는 데까지 음악을 하고 싶다”는 그에게 음악은 꾸준한 발전의 과정이었다. 수록곡이 두루 조명받지 못하는 가요계 현실에서 정규 앨범을 내기로 한 것도 그런 도전의 하나였다.

“죽을 때까지 음악을 하는 게 제 삶의 근원이자 목표예요. 그래서 제 인생을 하루에 빗대본다면 아직 잠들어 있는 시간인 것 같아요. 더 깨어나가야 할 시기인 거죠.”

강경루 기자 r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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